"알바도 없다"..청년 10명 중 9명 일자리 보릿고개에 우울증 허덕
구직 1년 넘은 청년은 치료 필요한 중증 우울증
직업훈련, 자격시험 감소 등 준비 부족에 더 불안
특성화고 학생은 실습 실종에 장기 실업 공포감
아예 대학 진학으로 진로 변경하는 현상까지
청년들의 취업 보릿고개가 심각하다. 취업하기 전 생계비를 벌 요량으로 하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막혔다. 고민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년이 늘어만 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가 전국의 청년 구직자 1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1%)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만29세 이하 청년과 특성화고 졸업생(졸업예정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19~39세 청년을 조사했다.
이들은 특히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일자리마저 잡기 힘들다(84.7%)며 생계를 걱정하는 지경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전에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청년들의 하소연이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의 채용이 감축한 데 따른 어려움(76.5%)도 문제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직업교육훈련이나 자격증 시험 같은 구직 준비 기회마저 줄어든 것(70.8%)을 걱정했다. 채용문이 열리면 곧바로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져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노동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비관적이었다. 앞으로 고용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청년은 10.9%에 불과했다.
취업은 고사하고 취업 준비조차 어려워지는 데다 코로나19로 사회생활까지 줄어들자 청년들에게 덮친 건 우울증이었다. 조사대상 청년 평균 우울감 척도가 60점 만점에 23.2점이었다. 16점 이상이면 경증 우울증, 21점 이상이면 중증도의 우울 증상으로 진단된다. 25점을 넘으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중증의 우울 증상으로 본다. 청년 대부분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의 전 단계까지 몰렸다는 의미다.
특히 구직기간이 1년을 넘은 청년(25.9점)과 2·3년제 대학 재학 또는 졸업생(25점)은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여성(23.6점)과 20대 후반(24.3점), 경인 지역 4년제 대학 재학 또는 졸업생(24.6점), 고졸 이하 청년(23.9점)도 심리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성화고 졸업(예정)자는 꽉 막힌 노동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10명 중 7명(69%)이 취업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게(66%) 다반사였다. 실제로 채용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를 경험한 학생이 63%나 됐다. 취업설명회나 채용박람회가 연기 또는 취소돼 허탈해한 학생도 54%였다.
무엇보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따른 불안감이 심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실습이 줄어들어(55%) 기능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16%)가 많아 취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그나마 대졸자보다 우위이던 기능 능력 배양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설령 취업 문을 두드려도 채용될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의 70%가 "온라인 학습 방식이 특성화고 학생의 교육기회에 불리하다"고 평가한 이유다. 자격증 시험 일정이 없어지거나 변경돼 어려움을 겪는다는 학생도 42%나 됐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청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며 "미래 노동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차원에서 노사정이 청년 고용에 대한 의제를 수립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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