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몸에 불질러 숨지게 한 택시기사..대법, 징역 25년형 확정

박현주 2021. 2.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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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조합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자 앙심을 품고 조합 간부의 몸에 불을 붙인 60대 택시기사 이모 씨. 이씨는 지난해 4월 살인미수죄와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료 직원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려 불을 붙이고 사망에 이르게 한 이씨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동료 몸에 불을 붙인 택시기사가 징역 25년을 확정 받았다. [사진 Pixabay]


앙심 품고 동료 직원 불붙여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3월 29일 오전 1시 25분께다. 같은 해 1월 택시 사납금을 입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으로부터 고소당한 이씨는 조합 이사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택시조합원 사무실로 향했다. 이씨는 전에도 조합에 업무방해·업무상횡령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당해 법정에 가거나 승무 정지 처분을 받았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이 씨는 미리 준비한 인화성 물질을 동료 택시기사 A씨에게 뿌린 뒤 자신의 주머니에서 화장지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여 던졌다. A씨 몸엔 불이 붙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무실 내부에도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이 씨는 사건 이튿날인 30일 경찰을 찾아 자수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패혈증 쇼크로 끝내 사망했다.


징역 21년→징역 25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지난해 6월 15일 1심 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징역 18~25년을 선고해 달라는 배심원의 의견을 참고해 징역 2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과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며 “이씨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판시했다. 판결 선고 직후 이씨와 검찰 측 모두 항소했다.

지난해 10월 29일 2심에선 형이 가볍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판단 근거로는 몸에 불이 붙은 피해자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이씨가 사무실 문을 수초간 막은 점, 범행 현장에서 나온 후 이틀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난달 14일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대법정 [중앙포토]


“고의성 인정돼 중형 선고”
법조계에선 법원이 방화의 고의성을 인정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분석한다. 이씨가 받은 혐의 가운데 가장 중한 ‘현주건조물등에의 방화(형법 제164조)'에 따르면 건조물 등에서 불을 놓아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인 점을 고려하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7~30년인데 이씨는 25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방화죄는 동기가 중요해서 계획적으로 준비한 범행일 경우 형량이 높아진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방화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돼 중형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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