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최고기온 기록 동시에 갈아치운 이상한 겨울 날씨, 왜?
올해 들어 1월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기록이 동시에 깨지는 등 극과 극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2일 기상청의 1월 기온 데이터(1971년~2021년)를 분석한 결과, 서울은 지난달 24일과 25일에 기온이 13.9도까지 오르면서 50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2002년 1월 15일에 기록했던 13.5도보다 0.4도가량 높았다.
1월 최저기온 역시 8일에 영하 18.6도까지 떨어지면서 1986년 1월 5일(-19.2도)에 이어 50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의 1월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 동시에 5위 이내를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전국의 기온은 평년 범위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월 초순에는 겨울철 날씨 패턴인 ‘삼한사온’(三寒四溫,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뜻)이 무색할 정도의 한파가 열흘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 중순 이후부터는 -10도 안팎의 혹한과 봄 날씨를 방불케 하는 이상기온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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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기와 남쪽 따뜻한 공기 힘겨루기”
기상청은 1월의 기온차가 이례적으로 크게 나타난 건 강력한 북극의 한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 세력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정희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사무관은 “올겨울에 북쪽에는 음의 북극진동이 있고, 남쪽에서는 인도양에서 대류활동이 강하다 보니 남쪽과 북쪽 모두 덥고 추울 수 있는 신호가 충분하다”며 “남북으로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작은 기압계의 변화가 우리나라의 큰 기온차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력한 한파는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 때문이다.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방의 겨울이 더 추워진 것이다.
특히, 제트기류가 북반구의 어느 지역에서 남쪽으로 처지느냐에 따라 유럽이나 동아시아, 북미 등에서 번갈아 가며 혹한이 나타난다. 최근 미국 등 북반구 지역 곳곳에 한파와 폭설 등의 기상이변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 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걸까? 이는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탓이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었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로, 기압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로 표시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고기압이 약해지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면서 음의 북극진동 현상이 나타난다. 그 결과,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한파가 남쪽으로 세력을 뻗치는 것이다.
하지만, 1월 중순부터 북쪽의 한기를 몰고 왔던 남북 흐름이 약해지면서 이동성 고기압을 따라 따뜻한 남풍이 한반도로 유입됐다. 여기에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한 공기로 바뀌는 '푄 현상’이 겹치면서 서울 등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크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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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기온 편차 클 것…건강 주의”
전문가들은 이달에도 북극 한파가 주기적으로 세력을 뻗치면서 지난달 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온 편차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3일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아침 기온은 강원내륙과 산지에서 -15도, 그 밖의 중부내륙과 경북북부내륙과 산지에서는 -10도 안팎으로 춥겠다. 이후 낮부터는 따뜻한 남서풍이 불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등 기온차가 크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기온의 변동폭이 크겠으니 면역력 저하 등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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