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통신이 끊겼다"..미얀마 진출 국내 기업 비상
메신저로 주재원 안전 확인 중
필수 인력 제외 재택근무 지시
은행 중단 탓 결제 차질 우려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성기호 기자, 김동표 기자]"어제 오후부터 국제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이 끊겨 현지 동향 보고가 어려운 상황이다.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겨우 연락을 취한 주재원들부터 신변 안전 확인을 하고있다."(현지 진출 A기업 관계자)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유관기관 및 기업들은 일단 현지 통신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재원들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긴급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2일 KOTRA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 설립한 법인 및 지사는 총 107곳이며, 이들 기업이 현지에 투자한 금액은 6억6800만달러(약 7500억원)에 달한다. 진출 분야는 저렴한 인건비를 고려한 의류·봉제업종이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한 광업 분야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재택근무 전환·상황 예의주시= 쿠데타 이후 대다수의 기업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주재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으며 대사관에서도 공식적으로 외출 자제를 권고했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상업 도시 양곤은 정치적 중심지인 네피도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아직까지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나 우리 기업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군부가 언론과 통신을 장악하면서 국내와 연락에 차질이 생겨 현지 사정을 보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소요 사태에 대비한 식료품,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은행 영업이 중지된데다 마트가 폐쇄된다는 루머가 쏟아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이날 이후 모든 은행의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영업 뿐만 아니라 진출 기업들의 자금 결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은행 14개사, 보험 1개사, 카드 및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9곳이다. 이들 기업은 이날부터 휴업에 돌입한 이후 기약없는 영업 재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 사태 장기화 땐 생산 차질·손실 가능성도= 현지 진출 기업들은 아직까지 생산 차질이나 결제 불이행 등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인데다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나 직접적인 영업 손실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얀마에 진출한 대표 기업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 해상에 가스전을 설립해 운영하며 일일 5억 입방피트(ft³)의 가스를 중국과 미얀마에 공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연간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포스코 그룹의 캐시카우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현지 주재 인력도 70여명에 달한다. 이날 쿠데타 소식을 접한 포스코인터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미얀마 가스전은 군부 독재 시절부터 진행한 사업이라 정치적 리스크에 항상 대비해 왔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자동차 중개 수출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종합상사는 은행 영업 중단으로 수출 대금 지급이나 신규 수주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수출 물량은 수출보험 등을 통해 채권 관리를 하고 있으나 금융기관 영업 중단이 장기화되면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건설업체들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양곤 지역에서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를 공사 중인 GS건설은 "현재 정상 작업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부 작업만 하고 있다"며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부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양곤에서 ‘한-미얀마 경제협력산업단지’ 공사를 시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미얀마 건설부와 긴밀하게 현지 상황을 주고받고 있다. 다만 LH는 특히 지난해 10월 해외도시 개발사업 최초로 국제투자보증기구(MIGA)의 정치리스크 보험에 가입해 전쟁이나 내란, 송금제한, 계약불이행 등으로 인한 사업 손실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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