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를 지켜야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민승준 2021. 2. 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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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 한강하구, 임진강 습지로 초대합니다

[민승준 기자]

▲ 2021.2.2 세계 습지의 날  습지, 물. 그리고 생명을 주제로 람사르 협약 50주년 세계 습지의 날 포스터가 생명과 함께하는 습지를 안내하고 있다.
ⓒ 동아시아람사르습지센터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Ramsar)에서는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이 채택됐다. 세계는 매년 이날을 '세계 습지의 날'로 정하고  인류와 함께하는 습지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고 있다. '람사르협약' 이라고 불리는 이 협약에는 170개국(2018년5월기준) 이 가입하고 수생태 환경의 보전을 위해 세계 2000곳 이상의 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김성보 동아시아 람사르습지 지역센터 아시아 네트워크 담당관을 비대면 언택트로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순천만 설경 연안습지 인 순천만에 눈이 내려 설경이 펼쳐져 있다.
ⓒ 동아시아람사르습지지역센터
 
- 동아시아 람사르습지 지역센터 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는가요?
"람사르 협약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행사를 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 습지의 날 또한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대신 람사르협약 포스터, 40여 습지 방문자 센터에 기본자료 배포등 람사르 협약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남기는 일은 조용히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 동아시아 18개국의 습지를 관할하는 국제기구 동아시아 람사르습지 지역센터가 있다."
- 습지는 무엇인가요?
"습지(Wetland)는 '축축한 땅'을 뜻한다. 수많은 야생생물이 살아가고 번식하는 생명의 땅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나뉜다. 대한민국은 우포늪, 대암산 용늪, 제주 동백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내륙습지와 서해와 남해안 지역의 넓은 갯벌과 같은 연안습지를 보유한 습지 서식처의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다른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매립과 간척 등으로 인하여 내륙 및 연안습지가 훼손되어 왔지만 1990년대 이후 습지보전을 위한 활동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한 번 손실된 습지를 복원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습지가 멸종위기에 내몰린 동식물의 마지막 안식처이자 피난처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순천만의 자연  순천만 갯벌은 농게, 조개, 꼬막 등이 다량서식하여 자연정화기능,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심미적기능 등이 뛰어나다. 게다가 순천만을 찾는 희귀종 조류들을 고려해 볼 때, 순천만 갯벌의 가치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 동아시아람사르습지센터
 
실제로 김 담당관의 얘기는 빈말이 아니다. 습지는 지구 표면의 약 6%를 차지한다. 그 유용함과 가치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안타깝게도 습지는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전 세계 습지의 약 90%는 1700년 대 이후로 소실 되었고 남아있는 습지들도 숲보다 3배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5년 사이에 12%의 습지가 소실되거나 면적이 줄었다. 기후변화는 이미 건조한 지역에서 지하수를 감소시키고 있다.   
 
▲ 람사르 습지 순천만 설경  칠면초 군락과 갈대군락은 순천만의 우점종으로 갯벌 중간 중간에 환상으로 군락을 이루면서 발달하고 있다.
ⓒ 동아시아람사르습지지역센터
 
- 동아시아 람사르습지 지역센터 포부가 있다면?
"저희 센터는 18개국 (부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중국, 북한,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미얀마, 네팔, 필리핀, 한국,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습지이해관계자 교육을 통해 지속적인 습지관리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국가간 정보교류와 네트워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 2018년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순천만 습지에서 한국의 5월 습지 주간을 맞이하여 동아시아 18개국 습지 관리자 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동아시아람사르습지지역센터 제공
   
▲ 순천만 갈대밭 데크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약 30만평의 갈대밭이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다른 갈대 군락은 이미 많이 훼손되었으나, 순천만의 갈대 군락은 가장 넓고 또 잘 보전된 갈대 군락으로 남아 있다. 갈대 군락은 적조를 막는 정화 기능이 뛰어나 순천만의 천연 하수 종말 처리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홍수조절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 민승준
 
-우리나라 최초 람사르습지 등록1호는 어디 일까요?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 람사르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람사르 내륙습지 1호는 인제 대암산 용늪이며, 연안습지 1호는 순천만입니다. 현재까지 23개의 람사르 습지가 등록돼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온대기후의 울창한 숲은 1년에 1㎡당 약 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습지는 흡수량이 1㎏을 넘는다. 특히 바닷가 연안습지는 2~3㎏을 흡수한다.

- 50년이면 람사르 습지 역사가 습지 보전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야 하는 국내 습지 갯수는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습지에 대한 인식이 증진되면서 습지보전과 람사르습지 등록에 대한 인식도 증가 되고 있습니다. 람사르습지 등록은 우리가 습지를 보전하면서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잠재된 람사르습지는 매우 많다고 여겨집니다. 기초연구와 조사사업을 통해 합의를 통한 람사르습지 등록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생각됩니다. "

한강하구, 임진강 습지는 가치, 위용, 내용 면에서 비교 자체가 필요 없지만 굳이 사람들 입에 '인천 경기만 습지'가 더 자주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군사 보호 구역이 풀리면 인천, 김포, 파주, 고양지역에서 개발하여 보존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기에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203호  임진강 개성 두루미 가족들이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 민승준
습지의 새를 좋아하는 박수택 개성관광 재개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취지에서 미래세대에 주목,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습지기자단(가칭)'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했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습지는 생태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박 공동대표는 "한강하구 임진강 습지는 남과 북에 걸쳐 있고 분단 70년 세월동안 인공구조물과 흐름을 방해하는 다리 없이 서해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는 소중한 습지라 생태적으로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남북 공동 첫 람사르 습지로 개성철새보호구를 지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지난 2018년 5월 170번째 회원국으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면서 평안남도 청천강·대령강 하구의 문덕철새보호구와 함경북도 두만강 하구의 라선철새보호구를 170개국과 함께 공동관리하는 람사르 습지에 등록한 바 있다.

습지 보전이라는 공감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정부와 지자체 할 것 없이 관심도가 높은 개성 반도, 한강하구, 임진강 습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세기가 넘는 분단으로 남북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이질감이 심화되어 있다. 적어도 선조들이 건너던 습지와 어우러진 한강하구 나루터 숫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습지는 1헥타르당 1400만 리터의 범람된 물을 흡수하여 홍수와 폭풍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하천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습지를 메우고 댐을 건설하는 일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소도 버리고 외양간도 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습지를 지켜야 기후위기에서 우리 자신도 지켜낼 수 있다.
 
▲ 습지에 사는 겨울철새 두루미와 기러기 겨울 철새들이 습지에서 살고 있다.
ⓒ 정종현 작가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기념하여 하얀 눈 카펫이 깔린 습지를 방문해보자. 갈수록 줄어드는 두루미, 철새들을 보호하고 습지를 체험하도록 해주는 습지탐조센터 정도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운영할 때가 됐다. '습지 물새박물관', '습지 어류박물관', '청소년 습지 기자단'처럼 새로운 주제로 각계의 관심이 유도해야 우리 인류가 왜 습지를 그토록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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