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하이닉스 연봉 반납에 "현실적 해결책 아니야" 반발

김두용 2021. 2. 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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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의 M16 준공식 행사에서 연봉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의 M16 준공식에 최태원 회장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준공식 행사장 주변에서 SK하이닉스 노조원들이 초과이익배분금(PS)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이에 최 회장은 고민 끝에 자신의 연봉 반납 카드를 꺼냈다. 그는 “PS 문제를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고심을 해봤다"며 "지난해 제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어 "PS 문제에 대해 더욱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며 "연봉 반납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19년 기준 SK하이닉스로부터 연봉 30억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반기 기준으로 17억5000만원을 받아 회사에 반납할 지난해 연봉도 30억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봉 전액을 반납하는 건 결단 있는 행동이지만 실효성 부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임직원 2만8000여명에게 30억원을 나눠줘도 1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노조 측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연봉의 20% 수준으로 PS 명목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지했다. PS는 전년 실적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했을 때 주는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초에는 PS를 지급하지 않고, 대신 기본급의 400%에 해당하는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거뒀던 터라 임직원들은 PS에 대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조126억원으로 전년보다 84.3% 증가했다. 매출은 31조9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순이익은 4조7589억원으로 136.9%나 늘었다. 그럼에도 PS가 연봉 20% 수준이라고 발표되자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전년 PS를 건너뛰었고, 지난해에는 회사 실적이 좋았는데 액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 노조는 투명한 PS 지급 방식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PS 관련 조만간 노조와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성난 노조원들을 달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최 회장이 본인의 연봉을 반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납한 연봉을 취지에 맞게 어떻게 사용할지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이날 노조의 시위 과정에서 노조와 사측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노조원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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