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빙판길 맨손으로 모래 뿌린 서산우체국 천태술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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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유난히 눈이 많이 온 날, 혹시 서산시 운산면 고풍저수지 쪽에서 장갑 낀 손으로 모래 뿌린 일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서산우체국 천태술(50. 사진) 집배원은 "별것도 아닌데 부끄럽게 누가 봤대요?"라며 "그곳은 늘 응달이고 저도 가기 힘들고. 배달하고 나오는데 너무 빙판이 생겨서 그냥 못 나오겠더라고요. 365일 다니는 나조차도 위험했으니까요"라며 미소로 얼버무렸다.
마침 얼지 않은 모래가 있어 장갑 낀 손으로 대충 뿌렸다고 한 천씨는 "한 20~30분가량 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지나다가 멈춰서더니 염화칼슘을 뿌린다고 하시길래 저는 그냥 나왔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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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향 기자]
▲ 천태술 서산우체국 집배원 지난 1월 유난히 폭설이 내린 날, 서산시 운산면 고풍저수지 부근 도로에서 장갑낀 손으로 서산우체국 천태술 집배원이 빙판길에 모래를 뿌리고 있다. |
ⓒ 독자제공 |
'지난 1월 유난히 눈이 많이 온 날, 혹시 서산시 운산면 고풍저수지 쪽에서 장갑 낀 손으로 모래 뿌린 일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서산우체국 천태술(50. 사진) 집배원은 "별것도 아닌데 부끄럽게 누가 봤대요?"라며 "그곳은 늘 응달이고 저도 가기 힘들고…. 배달하고 나오는데 너무 빙판이 생겨서 그냥 못 나오겠더라고요. 365일 다니는 나조차도 위험했으니까요"라며 미소로 얼버무렸다.
마침 얼지 않은 모래가 있어 장갑 낀 손으로 대충 뿌렸다고 한 천씨는 "한 20~30분가량 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지나다가 멈춰서더니 염화칼슘을 뿌린다고 하시길래 저는 그냥 나왔습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1일, 23살 때 입사하여 27년째 집배원 생활을 하는 서산우체국 천태술씨를 만났다.
▲ 천태술 서산우체국 집배원 장갑낀 손으로 빙판길에 모레를 뿌린 집배원 |
ⓒ 최미향 |
- 요즘 집배원 일은 좀 어떻습니까?
"집배원들이야 365일 항상 오토바이를 타다 보니 오토바이와의 싸움입니다. 우편물 많은 것은 당연한 거고, 민원인들 상대하는 것도 가만 보면 세상살이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 제일 어려운 것은 바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배원들은 오토바이와 같이 가는 삶이지요. 한마디로 '(오토바이)내 분신이다' 이겁니다.
특히 지난번처럼 빙판이 생기면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죠. 제 경험에 비춰보면 악천후에도 아직 나가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요즘이야 그래도 시대가 많이 변해서 집배원들 생각을 많이 해주죠. 주민들도 "뭐하러 왔냐"고 하시거든요.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 예전에는 집배원들이 어르신들 심부름도 많이 해줬다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예전에는 생필품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었어요. 하지만 근래에는 심부름이 약간 변화됐다고 봐야해요. "예금해달라" "뭐 좀 부쳐달라"는 것들이거든요.
제 구역에는 고령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넛마을에 전화통화가 안 되면 '가면서 한번 들러봐 달라'고 부탁하시거나, 때로 글을 읽지 못하시는 분들은 시청이나 관공서에서 날아오는 등기나 우편물을 읽어달라며 개봉하여 제게 내밀곤 하시죠. 아무래도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으시니 농협 등에서 돈 얼마 갚으라 하면 그거 알려드리고, 언제까지 넣으라고 하면 그거 알려드리고 뭐 그런 거죠.
그런데 간혹 마음 아픈 것이 있는데 자녀가 이혼했다는 소식이거나, 교도소 간 것 등입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할지 참 난감하더라고요."
- 어르신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시니 인기가 참 많으시겠어요?
"늘 바쁘니까 잘하지 못해 인기는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저도 이제 나이 들어 보니 모두 제 부모님 같으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짠할 때가 많아요. 특히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이 폐쇄되어 예전처럼 밥도 해 드시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그래도 코로나 전에는 밥때 돼서 갈 때가 되면 저보고도 밥 먹고 가라고 붙잡곤 했는데... 요즘 세상에 누가 밥을 줍니까. 제가 암만 잘해도 그렇죠. 그러니 그분들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응당 해드려야지 않겠어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밥 먹을 때가 없어요. 먹으려면 배달하다 말고 운산 시내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참 난감하죠. 그럴 때 어르신들이 챙겨주시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요즘 집배원들은 주로 스무 살에서 서른 초반이 대부분입니다. 이 일이 체력적으로 워낙 힘들다 보니 제 위에 선배님들이 이제 별로 없으셔요. 이런 거죠. 부모가 당하는 힘든 일은 절대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같은 거요. 제가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제 후배들에게만은 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공익으로 일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후배들이 주축이 되어 좋은 환경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닦아주고 싶은 게 집배원으로서 제 소망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 저는 분명 그렇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친구도 만나지 못하는 코로나시대, 전기장판 하나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다가도 오토바이 소리만 나면 잰걸음으로 반기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감사하다는 천태술 집배원.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시골마다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택배 물량이 많아져 바쁘다"며 "그래도 오토바이에 싣고 휭하니 달리다 보면 기다리는 어르신들 모습이 눈에 밟혀 시간이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봉쇄한 지 어느덧 1년. 얼마를 더 견디고 아파해야 이 생활이 마무리될까. 부디 여름이 오기 전에는 이 생활에서 해방되어 어르신을 뵈는 천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해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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