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지구 침략한 외계인? 매력 반감시킨 한 가지

김준모 2021. 2. 2. 0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김준모 기자]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스틸컷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장르물의 축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2021년을 배경으로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한 상황을 그린다. 외계인을 피해 지하 벙커로 피신한 사람들이 자신들 내부에 외계인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SF를 기반으로 서스펜스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은 작품이다.

최근 종영한 OCN 인기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조병규를 비롯해 배누리, 태항호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들이 주연을 맡았다. 작품은 몇 가지 설정을 통해 스피디한 전개를 선보인다. 지하 벙커에 모인 사람들은 외계인 연구회 동호회 멤버들이다. 이들은 외계인을 연구하는 맹봉학 박사를 추종하는 무리며 그가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이전부터 외계인의 침략을 예측했었다. 박사는 자신의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지하 벙커 위치를 알려준다. 설마 했던 외계인 침략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멤버들은 지하벙커로 모여든다.

외계인 연구원 두환(이현웅 분)과 조수 하명(태항호 분), 배우 백마탄(김규종 분)과 그가 관심을 보이는 미미(윤재 분), 진상(윤진영 분)과 스톤창(전재형 분), 수진(배누리 분)과 그녀의 남자친구인 태권도 국가대표 건태(조병규 분)가 벙커에 들어온 후 방어벽이 가동된다. 허나 방어벽 가동과 함께 정전이 발생한다. 정전 중 건태는 무언가 자신을 건드리려는 걸 느끼고 공격을 가한다. 불이 켜진 뒤, 바닥에는 노란색 피가 떨어져 있다. 외계인의 피가 노란색이란 것을 아는 멤버들은 이 안에 외계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방어벽으로 인해 벙커에 갇힌 외계인 동호회 멤버들이 내부에 숨은 외계인의 정체를 찾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장르적인 매력 배합이 인상적이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장르지만 외계인을 찾는 코믹 서스펜스에 중점을 둔다. 때문에 저예산 영화가 흔히 보여주는 조잡한 CG로 인해 장르적 매력을 반감시키는 실수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맹봉학(맹봉학 분) 박사의 외계인 실험 장면과 외계인 캐릭터에 대한 세세한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코미디가 중심이 된 서스펜스는 적은 맛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낸다.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경우 구성할 수 있는 장면에 한계가 있다. 서스펜스의 경우 단계적으로 긴장감을 높여야 한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은 이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강도를 높이면 폭력이나 살인 등이 빈번해지며 극적 긴장감이 무뎌지고, 심리적으로만 이끌고 가면 스릴감이 부족해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스틸컷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코미디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양념 역할을 하며 집중력 있게 극의 긴장감을 끌어간다. 다만 주 장르인 코미디에 있어 캐릭터 배분이 아쉬웠다. 작품은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바탕으로 대사 위주의 진행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연극식 구성에 가깝다. 이 경우 캐릭터가 지닌 개성이 작품을 이끄는 힘이 된다.

각각의 인물에 부여한 캐릭터성은 인상적이었다. 중요한 핵심을 일이 일어난 후 말하는 두환, 새침한 성격의 먹보 하명, 껄렁한 진상과 말투만 해외파 스톤창, 급작스런 로맨스를 선보이는 주접커플 백마탄과 미미, 건태의 쿨한 연상 전여친 수진 등 좋은 케미가 날 만한 인물들을 설정했다. 문제는 건태에게 있다. 영화는 중점이 되는 코미디의 상당부분을 모두 건태에게 떠넘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태의 캐릭터엔 앞서 말한 캐릭터들과 일치하는 지점이 많다.

껄렁함은 진상, 식탐은 하명, 수진과의 주접 로맨스는 백마탄과 미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럴 경우 시너지를 내기 보단, 한쪽이 묻히기 마련이다. 주목받는 신예 조병규는 이 모든 특징을 잘 소화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코믹한 사건의 진행에는 매번 건태가 개입한다. 그로인해 극 자체의 다채로운 매력이 반감된다. 

하명 역의 태항호는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건태와 부딪히면서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는다. 초반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없는 식량을 축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던 그는 더한 식탐에 뻔뻔함을 지닌 건태의 등장으로 본인의 캐릭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각자 캐릭터 특성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극에 더 집중하는 편이 이야기를 더욱 힘 있게 이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스틸컷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