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우리가 살아야 나도 산다"..뭉치는 대중문화예술인들

박정선 2021. 2.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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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재개' 뮤지컬계, 꾸준히 목소리 냈던 덕에 얻어낸 결실
'친목'에 가까웠던 대중음악계, 비대위 결성하고 호소문 발표
ⓒ한국뮤지컬협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대중문화예술계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대부분 '사라짐'의 연속이었지만, 그 안에서 빛을 발한 건 연대의 힘이었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기껏해야 친목으로만 움직이던 대중문화예술계 단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치고 있다.


‘연대의 힘’을 가장 절실하게 보여준 건 뮤지컬계다. 본격적으로 집단 행동이 시작된 건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좌석 두 칸 띄어앉기가 시행된 이후였다. 지난해 12월 30일 신춘수 추친위원장(오디컴퍼니 대표)을 필두고 10개 제작사로 구성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가 출범을 알리고 세부 방역지침 조정을 촉구했다.


이들이 처음 모인 건, 지난해 하반기 공연을 올리는 뮤지컬 제작사와 예매처 등 12개 단체들이 연대해 ‘컴백스테이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신속한 대응과 보다 안전한 공연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또 세종문화회관은 국내 대표 뮤지컬 프로듀서 8일이 의기투합한 뮤지컬 갈라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을 개최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면서 아쉽게 막을 올리진 못했다.


비록 대중의 시선에서 봤을 때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지만, 이들이 뭉친 건 ‘나 먼저 살고 보자’는 이기심 보단, ‘무대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기조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의도로 타 업계에도 귀감이 됐다. 또 뮤지컬계는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무대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하반기엔 앞서 언급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등을 만들면서 기존 협회와 힘을 합치기도 했다.


뮤지컬·연극 제작자들의 연합체인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는 자체적으로 ‘비상행동 3원칙’을 정하고 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공연 및 영화 예술 관계자들과 ‘코로나피해대책마련 범 관람문화계 연대모임’을 구성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국뮤지컬협회와 함께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도 있었다. 지난 1일부터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일행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동반자 외 두 칸 띄어앉기’가 적용되면서다. 같은 2.5단계이지만 기존 두 칸 띄어앉기에서는 공연장의 30% 좌석만 운용됐다면, 달라진 세부지침에 따라 50%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맨 오브 라만차’ ‘명성황후’ ‘고스트’ ‘젠틀맨스강드’ 등 다수의 공연이 2일부터 공연을 재개하거나 미뤘던 개막 소식을 전해왔다.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디지털유통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에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이미 존재했던 단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함께 모여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왔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

장르 특성상 ‘친목’에 가장 근접할 뿐 공식적인 협회가 부재했던 대중음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코로나 초기엔 한국레이블산업협회의 활동 정도가 눈에 띄었다면, 지난해 말부터 고사 위기의 대중음악계를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음악 민간 공연장들의 연대체인 ‘한국공연장협회’는 소규모 공연장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상황을 토로하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이를 위한 관계부처와의 대화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또 공연기획사, 제작사, 음악 레이블, 프로덕션,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대정부호소문을 발표했다. 타 장르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으면서도, 특정 가수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숨죽여왔던 대중음악공연계가 ‘차별 없는 방역 지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대중음악공연계는 위험하다는 편견을 걷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중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다. 코로나19 초반 업계의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정부에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하겠다던 몇몇 협회들의 목소리가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공동의 발전, 상생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들이지만, 사실상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뿐이었다.


한 대중음악 관계자는 “정부부처와 코로나19 관련 논의를 할 때는 협회들이 참석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는 몇몇 단체들은 현실적인 피해와 그에 대한 대책을 논하기보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바쁘다”면서 “진작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지 못한 것이 개탄스럽다. 데이터도, 피해 현황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논의가 있다고 한들 열린 회의가 될 수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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