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정대영, 블로킹 여왕에 도전하는 '엄마센터'

양형석 2021. 2. 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배구] 1일 현재 세트당 0.68개로 블로킹 1위 질주, 역대 최고령 기록 도전

[양형석 기자]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V리그 여자부의 순위싸움이 점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승점50점)와 2위 GS칼텍스 KIXX(38점)가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승점을 확보한 데 비해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31점)부터 5위 KGC인삼공사(25점) 사이의 승점 차는 단 6점에 불과하다. 특정팀이 연승을 달리거나 연패에 빠진다면 2~3경기 만에 순위가 바뀔 수도 있어 시즌 끝까지 플레이오프 경쟁은 계속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개인기록 경쟁도 팀 순위 경쟁 못지않게 흥미롭다. 2m가 넘는 신장을 자랑하는 '고공폭격기' 메레타 러츠(GS칼텍스)와 발렌티나 디우프(인삼공사)가 20점 차이로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고 김미연과 김연경은 서브퀸 자리를 두고 '집안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다영(흥국생명)이 무릎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조송화(IBK기업은행 알토스)와 안혜진(GS칼텍스),이고은(도로공사)이 동시에 약진하고 있는 세터 부문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여왕에 올랐던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예년 같지 않은 이번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는 두 베테랑 선수가 도약했다. 어느덧 V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엄마센터' 정대영(도로공사)과 센터 변신 이후 점점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한송이(인삼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프로 원년과 2006-2007 시즌 블로킹 여왕에 올랐던 정대영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 무려 14년 만에 통산 3번째 블로킹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엘리트 코스 걸어온 2000년대 최고의 센터
 
 정대영은 도로공사로 이적하자마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정대영은 지금은 폐교된 양백여상 시절 세계 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끌며 일찌감치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떠올랐다. 정대영이 1999년 성인무대에 입단했을 때 현대건설은 IMF 여파로 실업팀들이 해체되는 틈을 타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수집(?)하며 단숨에 '드림팀'으로 도약했다. 장소연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전 센터로 나선 정대영은 현대건설 겨울리그 5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프로 출범을 앞두고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 이명희 등이 대거 은퇴를 선언했고 정대영은 현대건설의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정대영은 프로 원년 MVP, 2005-2006 시즌 후위공격상을 수상하며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지만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흥국생명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대영은 2006-2007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어 이숙자 세터(KBS N스포츠 해설위원)와 함께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정대영은 이적 첫 해 블로킹 1위와 함께 챔피언 결정전 MVP에 오르며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9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출산 휴가를 얻어 딸 김보민양을 얻은 정대영은 2010-2011 시즌 코트에 복귀해 블로킹 5위(세트당 0.45개)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3-2014 시즌에 선정한 V리그 10주년 올스타 센터 부문에 양효진과 함께 이름을 올린 정대영은 2014년 3번째 FA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정대영과 이효희 세터가 가세한 도로공사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데스티니 후커가 맹활약한 기업은행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정대영은 챔프전에서 세트당 0.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되고 서남원 감독(인삼공사)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2015-2016 시즌 5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정대영은 FA 배유나가 가세하며 새로운 콤비를 이룬 2016-2017 시즌에도 도로공사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우승에 목말라 있던 도로공사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배유나에 이어 2017년 FA시장에서 '토종거포' 박정아를 영입하며 또 한 번 전력을 크게 끌어 올린 것이다.

낮아진 높이, 타이밍과 노련미로 극복하는 정대영
 
 정대영이 블로킹 여왕에 등극하면 V리그 여자부 역사에서 40대의 나이에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 한국배구연맹
 
FA 대어 박정아에 1순위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를 영입한 도로공사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정대영은 상대의 블로킹과 수비가 '쌍포'에 집중된 틈을 타 정규리그에서 268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정대영은 챔프전 3경기에서 7개의 블로킹과 함께 45.76%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5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정대영은 2018-2019 시즌에도 중앙공격수 중 양효진(499점), 김희진(기업은행,440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319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를 2년 연속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흥국생명에게 1승3패로 패했지만 정대영은 불혹을 앞둔 노장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활약으로 리그 정상급 센터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대영은 지난 시즌 득점이 186득점으로 떨어지며 다시 팀의 최하위 추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6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영혼의 단짝'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가 은퇴하면서 정대영도 현역 유지와 은퇴 사이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하지만 정대영은 1억4000만 원에 도로공사와 계약하며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그리고 많은 배구팬들의 우려와 달리 정대영은 건재한 기량으로 배유나와 함께 도로공사의 중앙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정대영은 이번 시즌 속공 성공률이 40.54%(9위)로 떨어졌지만 대신 세트당 0.68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블로킹 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5라운드 2경기에서 8번의 세트 동안 8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한송이와 한수지(GS칼텍스)를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정대영은 전성기에 비하면 높이는 다소 낮아졌지만 더욱 정확해진 타이밍과 노련한 수읽기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정대영은 전성기 시절 센터 포지션임에도 후위 공격이 주요 공격옵션이었고 프로 원년에는 리베로들을 제치고 수비상을 받았을 정도로 공수를 겸비한 만능선수였다. 그리고 양효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김세영(흥국생명)과 블로킹 타이틀을 양분했던 뛰어난 미들블로커였다. 만약 정대영이 전성기가 훌쩍 지난 41세의 나이에 개인 통산 3번째 블로킹 여왕에 등극한다면 이는 앞으로 좀처럼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