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법관 탄핵 추진 불러온 '세월호 7시간' 사건의 재구성

이가영 2021. 2. 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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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1일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 발의에 동참한 161명의 의원은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을 꼽았다. 탄핵소추안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부터 법원행정처, 임 부장판사로 이어진 재판 관여 의혹이 담겼다. 일본 기자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기사가 어떻게 초유의 법관 탄핵안 발의까지 불러오게 됐을까.


2014년 8월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당시 서울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증권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박 전 대통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비선’ 정윤회씨를 만났다”고 적었다.


2014년 10월
검찰은 “여성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관계가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토 지국장을 재판에 넘겼다.


2015년 2~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속행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임성근 부장판사는 이 무렵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전화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해 (기사의 내용이)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그 부분은 법정에서 언급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사건을 맡은 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를 불러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고 국민의 관심도 많은 부분이니 재판 과정에서 그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주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2015년 3월 30일
임 부장판사에게 이야기를 들은 재판장은 실제로 법정에서 “세월호 사건 당일 정윤회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산케이 신문이 기재한 소문의 내용은 허위인 점이 증명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임 부장판사는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또다시 전화를 받는다. 판결 이유에 기사가 허위라는 점은 분명히 밝혀줘야 하며 가토 지국장의 행위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임 부장판사는 다시 재판장을 불러 “가토 지국장에게 무죄 선고를 하더라도 단순하게 끝내지 말아라. 비록 무죄이기는 하나 그가 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한일 외교관계를 위해 외교부가 최대한 노력했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으니 외교부 장관의 탄원서 제출 사실이 법정에서 고지될 수 있도록 이야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임종헌 차장에게 전달됐고, 임 부장판사는 이를 다시 재판장에게 전했다.


2015년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이동근 재판장)는 가토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외교부가 가토 지국장에 대해 선처를 탄원했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또 “법리상 부득이하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일 뿐이고 가토 지국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조롱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업무 구체적 지시, 헌법 위반행위”
탄핵소추안 발의 의원들은 임 부장판사의 이러한 행위가 허용될 수 없는 ‘재판관여’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재판장 뒤에 숨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재판을 바꾸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고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 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성근 “조사 없이진행 안 된다”
임 부장판사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법관 탄핵은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권능이 발동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제도적 무게에 걸맞은 신중한 심의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 조사의 선행 절차가 진행된다면 당연히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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