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달 중순 본격화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접종"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된다.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물량 가운데 약 6만명분(11만7000도스)이 이달 중순 이후 들어오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역시 상반기 중 최대 220만명분(440만 도스)이 공급될 예정이다.
국내 첫 접종 백신은 화이자 제품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우선 접종받는다. 관심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으로, 그간 고령층에 대한 접종 효과를 둘러싸고 연일 논란이 이어졌지만 국내 전문가 다수는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 포함해도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
2일 방역 당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하 자문단)은 전날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권고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최종 결과 보고서와 미국에서 시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 분석 자료의 추후 제출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관심이 쏠렸던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해 자문단은 ‘접종’ 쪽에 무게를 실었다. 검증단에 참여한 다수의 전문가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대상자 가운데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가 확인됐고, 또 백신 투여 후 면역 반응이 일반 성인과 고령층이 유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고령층에서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영국과 브라질에서 수행된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만 18세 이상의 성인 8895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약 62%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시험에 참여한 대상자 중에는 만 65세 이상도 660명(7.4%) 포함됐는데 백신을 투여한 고령자에게서도 중화항체 등이 생성됐고, ‘혈청 전환율’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자문단은 판단했다.
다만 자문단 중 일부는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논의 과정에서 예방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추가 임상 결과를 확인한 뒤 허가 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된 만큼 국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입될 2월 말쯤에는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쌓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현재 상반기에 접종 가능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영국은 1월부터 접종을 시작했는데 2월 말쯤이면 관련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 제한적인 조건에서는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이) 지금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반면 자문단 내 일부 의견처럼 고령층 접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고령층 임상시험 대상자가) 660명밖에 안 된다고 하면 ‘효과가 있다 없다’를 말하기 어렵다”며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은 일단 어느 정도 이상의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고령층에도 접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효과가 있고, 안전성이 확인된다고 하면 접근성, 이상반응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충분히 접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식약처 허가 내용을 확인한 뒤 예방접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대상, 고령층 접종 여부 등을 결정한 뒤 세부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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