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진료비 돌려줬다고..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갈등
대구에 살던 신모(사망 당시 63·여)씨는 2년 전 폐암 치료를 받았다. 가계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신씨는 A손해보험사에 100여만 원의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지급이 미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0여만 원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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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못받은 실손보험금
본인부담상한제는 만성·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공적급여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쓴 건보 적용 의료비 가운데 상한 기준을 넘은 금액만큼 돌려준다. 상한액은 소득 기준에 따라 다르다.
예상과 달리 신씨가 받은 환급금은 57만원에 그쳤다. 자연히 신씨 입장에서는 실손 보험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손보사는 ‘환급금과 중복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신씨는 보험금을 받지 못한 채 지난해 6월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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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500억원 이상 규모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둘러싼 환자 대 보험사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1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 따르면 국내 30개 생명·보험사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실손비용은 2019년 기준 554억6670만 원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12월부터 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갈등의 핵심은 본인부담상한제를 어떻게 볼지다. 복지부가 지난달 14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성격이 ‘공적급여’로 명시돼 있다. 공적 사회보장인 건보제도의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건보의 보장성 강화와도 닿아있는 게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다. 이에 환자 특히 상대적으로 고액의 진료비를 지출하는 암 환자 입장에서는 ‘환급금만큼 보험금을 안 주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행위’는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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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급여냐, 실제 부담이냐
하지만 실손보험사 입장은 다르다. 환급금이 공적급여는 맞지만, 실제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는 아니다. 때문에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9년 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역시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한 환급금을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두고 있다. 물론 계약 당시 표준약관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약관 제정 이전 가입자에게도 적용해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환자와 실손 보험사 쪽에 각각 선 복지부, 금융위의 협의가 진전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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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소비자원 판단은
앞서 4년 전 한국소비자원은 환급금 갈등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소비자원은 판례·약관 정보 등을 토대로 환급금과 실손보험의 ‘중복 보상’이 허용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사회복지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였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본인부담금상한제의 환급금은 공적 현금급여고 실손보험은 사(私)계약”이라며 “둘은 별개의 성격이다. 함께 논할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사가 환자를 상대로 과도하게 환급금을 확인하거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금액을 예측해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은 가혹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 쪽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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