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모 혼자 계신데""새댁인데 안 가려니.." 설 귀향 고민
총리 "안정세면 연휴 전 완화 검토"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인데 시댁에서 오지 말라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요. 혹시 코로나 핑계 대고 안 온다며 오해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지난해 11월 결혼한 박모(30)씨는 명절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주말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2주간 연장해서다. 발표대로라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 동안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박씨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부모님뿐 아니라 서울 은평구 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신 시할머니도 아직 뵙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거리가 가까우니까 결혼식 마치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워낙 고령이셔서 혹시라도 감염에 노출되실까봐 그것마저 못했다”며 “어른들께 제대로 인사드린 적이 없어서 이번 명절에 차라리 시댁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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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80대 노모 혼자 계시는데...”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조모(31)씨는 이번 설 명절에는 시댁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추석 때도 친인척들은 뵙지 않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왔다. 이번 명절에는 남편과 집에 머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댁에 안 가는데 친정엄마는 친할머니께서 부르셔서 어쩔 수 없이 시댁에 간다. 아버지까지 형제가 셋이라 식구들이 다 모이면 방역수칙을 어기게 되지만 친할머니 뜻이 완강하다”고 토로했다.
방역수칙 준수는 필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안 찾아뵙냐”는 입장도 있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는 이모(64)씨는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씨는 “80대 어머니 혼자 시골에 계시고 건강이 안 좋으셔서 언제 가실지 모르는데 최소한 명절 때만큼은 찾아봬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건이 된다면 10명 이내 소규모 직계 가족만 모여 간단히 제사를 지내고 헤어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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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연휴 전 완화 검토” vs 중대본 “위험 높아”
일각에선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오히려 혼선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김모(29)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라고 했지만 이번 주말에 또 설 연휴 특별방역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확고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추이를 보겠다고 하는데 결국 여지를 열어놓는 격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1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주 상황을 지켜보고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생기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 방역 당국이 설 연휴까지 거리두기와 주요 방역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번복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백 브리핑에서 “중대본 논의 과정에서 ‘우리 고유문화에 따른 현실성 고려해서 설 당일에 대해서는 직계 예외로 한다’는 제안도 있긴 했다”며 “그렇지만 현재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며 다시 선을 그었다. 손 반장은 “전국적으로 주 평균 400명 넘는 환자가 매일 발생하고 감염경로도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면서 “가족 간 전파 감염이 많은 수치를 차지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설은 지난 추석보다 지금 이동에 따른 감염확산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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