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접종" 美플로리다 몰리는 백신 관광객

이민정 2021. 2.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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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관광'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마다 백신 재고량이나 접종 기준이 다르다 보니 당장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원정 접종'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미 플로리다주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앞에 사람들이 줄 지어 서있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는 최근 몰려드는 '백신 원정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65세 이상이면 비거주자나 외국인도 별다른 규제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어서다.

거주자 인증 없이도 접종이 가능하다 보니 백신만 맞고 떠나는 당일치기 국내 관광객은 물론 캐나다·브라질·멕시코 등 인근 국가의 외국인들도 플로리다를 찾는다. 아예 지역 관광과 쇼핑, 접종을 결합한 여행 상품도 있다.

이에 플로리다는 주민들에 우선 접종하기 위해 새 인증 정책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선 아직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지난달 12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에 마련된 백신 접종소로 향하는 차량들. [AP=연합뉴스]


지난 한 달간 플로리다에서 백신을 맞은 비거주자만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다 보니 거주자가 관광을 온 외국인보다 접종 순위에서 밀리는 일도 생겨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백신 관광'이 백신 접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백신 관광객 상당수는 뉴욕, 뉴저지, 시카고 등에 거주하는 백인 부유층이다. 또 아르헨티나 TV 스타 야니나라토페, 멕시코 TV 프로 진행자 후안 호세 오리헬 등 외국의 유명인들이 미국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소셜미디어에서 자랑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백신 관광'이 불공정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거주지로 돌아간 뒤 부작용이 생겨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사고가 생길 경우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아서 카플란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윤리학 교수는 "부정확하고, 불투명한 정보와 오락가락 행정이 만든 현상"이라며 "백신 접종 체계를 바로잡을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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