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 늘고 연구 힘들고 방역엔 무방비..대학원생은 울고싶다

여성국 2021. 2.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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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일반대학원에 다니며 수업 조교로 일한 A씨에게 지난 학기는 '최악'의 대학원 생활이었다. 비대면 수업과 관련해 전화상담원처럼 학부생들의 문의에 대응해야 했다. 메신저 등을 통해 쏟아지는 학사 관련 소통이 모두 그의 업무였다. 온라인 강의 연결 문제와 각종 돌발 상황에도 대처해야 했다. A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잡무는 거의 조교 몫이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실험 실습 영상도 찍어올리는 등 잡무가 더 늘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광주 전남대 강의실에서 온라인 원격 수업 녹화 시연회가 열리기 앞서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이러려고 대학원 왔나"
코로나19 1년,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은 남모르는 고통을 겪고 있다. 잡무는 크게 늘었고, 연구는 더 힘들어졌다. 방역엔 무방비인 채로 코로나 특수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려고 대학원에 왔나"는 자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한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재학생 등 9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2020년 2학기)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업무가 과중됐나'는 설문에 대해 약 38%가 '그렇다'(27.2%) 또는 '정말 그렇다'(11%)고 답했다. 업무가 가중된 이유로는 온라인 수업준비, 온라인 수업 관련 돌발 상황 문제, 수강생들의 문의 및 공지 알림 등이었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실태조사 내용. [홈페이지 캡쳐]



연구·방역 걱정 이중고
조교 업무를 하지 않는 대학원생이나 공대 대학원생들은 연구와 방역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모 대학 공대 대학원생인 B씨는 "연구실 근무에 대한 명확한 방역수칙이 없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B씨는 "실험을 위해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연구실에 상주해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과 똑같이 근무한다"고 말했다. 그 사이 근처 건물에서 확진자들이 나올 때마다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B씨는 "졸업을 위해 연구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연구실에 못 나오면 본인이 손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확한 방역수칙이 공지되고 그 상황에 맞게 연구실 근무 형태가 조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가 지속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원에 재학 중인 C씨는 "4인 이하 집합금지인데도 교수님이 모임을 위해 4명씩 떨어진 여러 테이블을 잡으라고 해서 곤란했다"면서 "지시가 내려오면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텅 빈 대학 캠퍼스. [연합뉴스]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11월 코로나 기간 대학원생들의 어려움을 조사한 '청년과학자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 요인 분석'에 따르면 대학원생 1573명 중 701명(44.5%)이 코로나19로 인해 '실험 장비 및 재료 공급 지연 등으로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했다' 문항에서 '어려움이 커졌다(5~7점)'고 답했다.


우울감 커져, 학업에 부정적 영향도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의 우울감은 커졌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여부에 47.4%가 '정말 그렇다'(10.4%) 또는 '그렇다'(37%)에 답했다. 코로나19로 학업 및 연구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는가는 물음에 대해 55.5%가 '그렇다'(41%) 또는 '정말 그렇다'(14.5%)에 답했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실태조사 내용. [홈페이지 캡쳐]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으로 기존에 안 하던 업무들이 추가돼 이전보다 조교 업무는 과중됐다"면서 "논문을 쓰거나 교수님과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대학원생들도 온라인 수업을 듣고 학과 내 교류 등 대학원 생활을 통해 기대한 것들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학생들의 우울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학교 측과 이야기해서 연구 공간이나 학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 등 개선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도 "코로나 19로 인해 학부생과 교수를 포함해 모두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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