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자고 출근했다" 동학개미 요즘 회사서 조는 까닭
국내 주식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학개미’에 이은 ‘서학개미’ 열풍이다. 이들은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미국주식의 등락이 크다 보니 눈을 떼지 못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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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자고 출근…회사에서 졸아"
3년 차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근무시간에 회사에서 조는 일이 늘었다. 그는 미국 주식이 실시간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3시간도 못 자고 출근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말 코스피(KOSPI)가 상승세를 타자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김씨는 “테슬라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제2의 테슬라’를 잡겠다는 생각에 미국 주식을 시작했는데 하루에도 수십 %가 오르고 내려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월요일 새벽은 미국시각으로 일요일이라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이 가장 컨디션 좋은 날”이라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국시각으로 밤 11시 30분에 개장해 오전 6시에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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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반토막…"불안해서 못 자"
김씨는 1일 기준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블랙베리’와 ‘게임스톱’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블랙베리의 1주당 가격은 지난 1주일 동안 14.04달러에서 시작해 2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65.01달러에서 시작한 게임스톱은 지난달 28일 한때 469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9일엔 전날보다 67.87% 오른 325달러로 마감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상·하한가가 최고 30%로 제한돼 있지만, 미국증시는 등락 제한이 없어 변동 폭이 크다.
변호사 박모(37)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장이 열리기 전 프리마켓에서 나스닥 상장사 중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을 골라 샀다가 다음 날 아침까지 뜬 눈으로 보냈다. 박씨는 “밤 11시 30분에 장이 시작하고부터 주가가 반 토막이 나서 불안감에 못 잤다”며 “국내 증시가 폭등하고 나서야 주식을 시작해서 해외주식으로라도 돈을 벌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증시에 거품이 꼈다고는 생각하지만, 거품 꺼지기 전에 누군가는 돈을 벌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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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선 '밤샘 토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손모(29)씨도 지난달 잠자리에 든 평균 시간이 오전 2시를 넘겼다. 손씨는 지난해 11월 애플 주식을, 12월엔 테슬라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자 지난달엔 ‘게임스톱’까지 샀다고 한다. 이후 손씨의 잠 못 드는 밤이 시작됐다.
그는 “출근해야 하니까 잠을 자긴 자야 하는데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 불안해서 도저히 못 자겠더라”며 “최근엔 새벽까지 ‘인베스팅닷컴’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주가 얘기하다가 잠들었다. 다들 잠을 안 자는지 미국 장만 열리면 글이 계속 올라와서 다 읽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해외주식 시세를 조회할 수 있는 ‘인베스팅닷컴’ 웹사이트에선 국내 ‘서학개미’의 밤샘 채팅이 이뤄진다고 한다. 해당 사이트에는 종목별로 토론방이 따로 있다. 게임스톱의 경우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1분에 수십 개 이상의 코멘트가 올라온다. “200(만원)에서 시작해서 2000만원까지 불렸다”, “금요일까지 홀딩하겠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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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거래 폭증…"변동 폭 커 주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매도 결제금액은 1983억2234만 달러로 전년(409억 8553만 달러)보다 5배가량 폭증했다. 원화로는 약 220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29일 기준 예탁원을 통해 거래된 국내 투자자의 게임스톱 결제금액은 1억3968만 달러(약 1561억원)에 달하면서 테슬라를 제치고 일간 결제금액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증시는 변동 폭이 크고, 국내 상장사와는 달리 기업 관련 정보를 얻거나 분석을 하기 어렵다”며 “환율에 따른 수익률 영향도 크기 때문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쉽게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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