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이내 닭 모두 죽여라"..거센 반발 부른 '죽음의 목소리'
양계농가, 살처분 거리 축소 요구
화성 친환경 농장은 행정심판도 내
방역당국 "예방적 살처분 불가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서 산란계 3만7000마리를 키우는 산안마을농장은 일시 정지 상태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하루 2만개의 유정란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이 농장에서 1.6㎞ 떨어진 A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A농장 반경 3㎞ 내 6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을 살처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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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3㎞ 확대 살처분 범위 축소 요구
그러나, 산안마을농장은 이를 거부했다. 살처분 명령 이후 농장 측이 실시한 정밀검사와 매일 한 차례의 간이 키트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닭을 축사 내에 풀어놓는 친환경 방식으로 길러서 2014년과 2018년 인근 농장에서 발생한 AI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엔 방역 당국이 500m 내는 살처분, 3㎞ 내 농장은 살처분 ‘권유’로 범위를 구분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신속한 방역’ 등을 이유로 2018년 12월 3㎞ 내 농장까지 강제 살처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산안마을농장은 지난달 18일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농장 측은 “이미 AI 잠복기(최대 3주)가 끝나 감염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 정책의 목적보단 수단에 얽매여 살아있는 닭을 죽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산란계 12만 마리를 키우는 하병훈(72)씨는 “4.2㎞ 떨어진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달 말 AI가 발생해 조마조마하다”며 “농가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건강한 닭의 경우 살처분 대상 범위를 500m 내로 축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역 당국은 대량 살처분 보다는 백신 접종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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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닭 제외” vs“포도송이 확산 우려”
살처분 완화 목소리는 전국의 양계 농가들로 확산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사육 중인 육계 12만1000마리를 예방적 살처분 당한 임득순(60)씨는 “키우던 닭이 수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1.4㎞ 거리 다른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바람에 전량 살처분됐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검사결과 건강한 가금류는 3㎞ 내라도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기중 농식품부 AI 국내방역반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등 세계적으로 AI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2개월 동안 478건이 발생하자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3㎞에서 5㎞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가금류 AI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야생조류 분변에서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 건수가 2016∼2017년 65건이던 게 지난해 10월 26일부터 현재까지 3개월여 동안 사상 최다인 127건이 발생하고 있어 AI 확산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국적으로 AI가 확산 중인 점을 볼 때 3㎞ 내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포도송이’ 형태 확산(발생지 주변에서 집단 발병이 일어나 급속히 확산)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AI는 인간과 동물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어서 백신보다는 발 빠른 살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늑장 대응보다는 과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런 이유 등으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도 살처분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전익진·최모란·최종권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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