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개원일 전격 '비상사태' 선포.. 15년 가택연금 수치 재구금

조성은 2021. 2. 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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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는 군부 독재 끝에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뤄냈던 미얀마 문민정부가 출범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얀마 군부는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정권 지도부를 체포·구금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자체 방송국인 미야와디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를 구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1년 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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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작년 총선 부정 선거" 주장
윈 민 대통령 등 고위 인사도 구금
여객기 운항 중단 양곤공항 폐쇄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이 1일 도쿄 유엔대에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새벽 수치 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정권을 인수한 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세기 넘는 군부 독재 끝에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뤄냈던 미얀마 문민정부가 출범 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얀마 군부는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정권 지도부를 체포·구금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구금된 수치 고문은 국민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자체 방송국인 미야와디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를 구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1년 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군부 서열 1위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밝혔다. 군부 출신으로서 문민정부에 참여했던 민 쉐 제1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 등 외신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치 고문과 민 대통령 등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내각 장관과 일부 지역의 주지사, 정치인, 문필가, 활동가 등도 함께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명분으로 선거 부정을 들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전체 선출 의석의 80% 이상을 석권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군부는 유권자 명부가 860만명가량 차이가 난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2019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일본 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이번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군 최고사령관으로 2016년 7월 양곤에서 열린 ‘순교자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하는 모습이다. AFP·로이터연합뉴스


쿠데타는 지난해 총선 결과에 따른 의회가 개원하는 당일에 단행됐다. 군부는 “유권자 명부에 심각한 불일치가 있었음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도인 네피도와 양곤 등에선 이날 인터넷 및 전화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은행 업무가 중지돼 이들 도시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사람들이 늘어섰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외신들은 미얀마 정부가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양곤 국제공항이 5월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나 군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던 수치 고문은 다시 감금되는 처지에 놓였다. 수치 고문은 2015년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배우자를 둔 사람은 국가원수로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탓에 국가고문 겸 외교장관 직책으로 통치를 해왔다.

NLD는 이날 수치 고문의 발언이라며 “군부 행동은 미얀마를 다시 (군부) 독재 밑으로 되돌리는 것”이고 “국민들이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 것과 쿠데타에 대항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미국 백악관,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등은 미얀마 군부의 행위를 비판하고 구금된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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