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인류세

장혜수 2021. 2. 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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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스포츠팀장

같은 용어라도 학문 분야에 따라 달리 쓰인다. ‘역사시대’를 예로 들자. 인류(호모 사피엔스) 출현 이후를 다루는 역사학에서는 인간이 문자 기록을 남긴 이후를 뜻한다. 상대어는 선사시대다. 지질학에서는 인류 등장 이후 전체다. 상대어는 지질시대다. 지질시대는 인류의 흔적이 아닌, 지층·화석 등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 연구한다. 18세기 이후 본격화했다. 그 한 분야가 고생물학이다. 화석 연구 과정에서 동물상이 급변한 몇몇 지점이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질시대를 세분한다. 단위는 누대(Eon)-대(Era)-기(Period)-세(Epoch)-절(Age) 순으로 좁혀간다.

동물상은 왜 급변했을까. 지질학에서는 대멸종(mass extinction)을 원인으로 든다. 당시 존재하던 생물이 어떤 이유로 사라지고, 새로운 생물이 진화를 통해 등장했다. 지금까지 5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1차(4억5000만년 전)는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2차(3억7000만년 전)는 고생대 데본기와 석탄기 ▶3차(2억5200만년 전)는 고생대 페름기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4차(2억년 전)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와 쥐라기 ▶5차(6600만년 전)는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3기 사이에 각각 일어났다.

260만년 전 시작한 신생대 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눈다. 경계는 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인류 문명이 시작한 시점이다. 현재를 홀로세 대신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다. 이 용어를 처음 쓴 건 1960년대 소련 과학자들이다. 이를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을 극단적으로 바꿨다’는 맥락으로 쓴 건 80년대 미국 생태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 화학자 파울 크뤼천부터다.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혀내 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크뤼천 박사가 2000년부터 ‘인류세’라는 용어를 전 세계에 확산시켰다.

지난달 28일 크뤼천 박사가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인류 멸절을 막기 위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적 증거는 6차 대멸종이 이미 시작했음을 경고한다. 6차 대멸종이 끝난 먼 훗날, 플라스틱 쓰레기나 온실가스, 핵실험 낙진 흔적, 심지어 먹고 버린 닭뼈가 인류세의 존재를 증명할 지표가 될 거라 한다.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우리 얘기다. 먼 옛날 공룡 얘기가 아니고.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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