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여기 절반 문 닫을 거야" 망연자실 재래시장

강보현 2021. 2. 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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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재래시장 상인들은 1일 '설 떡국은 곰국으로!' '구정선물 예약받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펼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이때 매출이 현재 지원금 소득산정기준으로 잡혀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취지가 역설적으로 상인들을 지원금 대상자에서 전부 배제되게 만든 것이다.

명절을 맞아 '설날 선물 택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의 상인들이 판매하는 재래시장에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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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도 못 모이는데 시장 보겠나"
작년 지원금으로 과표기준 넘겨
정부 지원금 못 받는다고 울상도
지난 21일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내 한 상점 유리문에 ‘폐업’ ‘폐업정리’라고 쓰여진 종이가 잔뜩 붙어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 10명 중 8명가량은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수유재래시장 상인들은 1일 ‘설 떡국은 곰국으로!’ ‘구정선물 예약받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펼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설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이 미리 준비해뒀던 현수막이지만 전날 정부의 ‘설날 집합금지’ 명령에 상인들은 또다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무지개 사탕과 전병 등을 파는 한모(68·여)씨는 “지난해 같으면 차례상을 위한 주문이 들어올 시기지만 올해는 잠잠하다”고 했다. 한씨 가게는 설 대목은커녕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 당시 오던 손님의 절반도 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씨는 “5명도 못 모이는데 차례는 고사하고 음식이라도 준비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강모(70·여)씨는 “지난 추석에는 모임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아서 크게 타격은 없었는데, 이번 설 대목 보려고 맘먹은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며 “각종 행사는 몇십명씩 모이게 허용하면서 가족 5명도 못 모이게 하니 장사가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지역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아예 끊길 것으로 예상하면서 고향에 내려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던 지방 재래시장 상인들도 울상이다. 충남 보령에서 젓갈 장사를 하는 허모(64·여)씨는 “고향에 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보러 올라가는 어르신들이 지역 특산품을 포장해가기도 해서 명절에는 오고 가는 손님 자체가 많았는데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들도 설 연휴마다 방문하는 중국인 여행객 덕에 ‘명절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는 이미 포기한 상태다. 부채와 젓가락 등 관광상품을 파는 황모(63·여)씨는 “명절에는 특히 중국인이 매출을 높여줬는데 외국인 발길이 아예 끊긴 지 오래”라며 “나도 집을 담보 잡아 빚을 끌어와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3월 이후에는 여기 상인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일부 재래시장 상인들은 정부가 홍보하는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재래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임모(66)씨는 “지난해 여름 재난지원금 카드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물건을 사 갔는데, 이 때문에 과표 기준에 걸려서 이번에 주는 지원금을 하나도 못 받게 됐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백화점이 아닌 재래시장 등에서만 지원금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때 매출이 현재 지원금 소득산정기준으로 잡혀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취지가 역설적으로 상인들을 지원금 대상자에서 전부 배제되게 만든 것이다. 임씨의 매출은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때의 10%도 안 되지만 손실을 구제받을 길이 없다.

명절을 맞아 ‘설날 선물 택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의 상인들이 판매하는 재래시장에서는 이조차 쉽지 않다. 임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에 올려서 추석 선물 세트 택배 판매라도 한다지만 우리는 방법도 모른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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