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고객 모셔라, 수수료 0.001% 시대

황의영 2021. 2.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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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 점유율 높이려 보수 인하
KB운용 "업계 최저, 판 흔들겠다"
일반 공모펀드 시장 쪼그라들고
ETF 하루 거래대금 1년 새 3배로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선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나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펀드의 수익률이 따라가도록 설계한 투자 상품이다. 일반 공모펀드 시장은 위축하는 가운데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 등 ‘빅4’ 운용사들은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ETF 수수료 중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은 펀드 규모의 0.001%까지 내려갔다. 업계에선 ‘수수료 무료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KB자산운용은 1일 인덱스형 ETF 세 종류의 수수료를 대폭 내렸다.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을 따르는 상품(KBSTAR200 ETF)의 총보수(1년 동안 투자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의 합)는 펀드 규모의 0.045%에서 0.017%로 낮췄다. 다른 비슷한 상품(KBSTAR200 토털리턴 ETF)의 총보수는 0.045%에서 0.012%로 인하했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KBSTAR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는 0.07%에서 0.021%로 내렸다. 세 가지 상품의 총보수는 모두 업계 최저다. 이 중 운용사 몫(운용보수)은 0.001%다. 펀드 규모가 1조원이라면 운용사는 수수료로 1000만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10월 총보수 0.09%인 상품(KINDEX미국나스닥100 ETF)을 출시했다. 이후 KB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총보수 0.07%인 상품을 내놓으며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ETF와 달리 일반 공모펀드 시장은 지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77조원으로 1년 새 10조원가량 줄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등에서 대규모 부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 시장도 위축했다. 운용사들은 ETF 수요 증가세에 주목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한 ETF의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8433억원이었다. 1년 전(1조3332억원)보다 188% 증가했다.

현재 삼성과 미래에셋은 합쳐서 ETF 시장의 77%를 점유하고 있다. KB운용 관계자는 “업계 최저 보수 ETF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겠다. 양강 구도인 ETF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다음달 초 출시하는 나스닥 현물 ETF를 제외하고 아직 수수료 인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4개 자산운용사 주요 ETF 총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TF 시장에서 삼성·미래에셋을 추격하는 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전략은 어느 정도 통하는 모습이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따라가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KINDEX미국나스닥100 ETF)은 출시 석 달 만에 순자산 980억원을 모았다. 한국투자는 비슷한 상품을 기준으로 미래에셋에 이어 판매 규모 2위를 차지하며 삼성운용 상품(327억원)을 앞질렀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 수수료 인하는 글로벌 트렌드”라며 “최저 수수료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투자자 입장에선 기본적으로 수수료를 적게 내는 ETF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짧은 기간에 소액을 투자한다면 증시에서 해당 ETF의 거래량이 풍부한지 살펴봐야 한다. ETF는 하루 단위로 수수료를 계산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짧다면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TF의) 유동성이 너무 적으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에서 거래량이 적은 ETF를 사면 수수료를 적게 내더라도 종합적인 수익률에선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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