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맏형 최태원, 재계 리더 시험대에
ESG 경영 등 대정부 소통 강화 기대
"재계 대표로 정부에 할 말도 해야"
최 회장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
하이닉스는 4세대 D램 공장 준공
최태원(61)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다. 30대 후반에 SK그룹을 맡아 재계 3위로 끌어올린 최 회장이 어느덧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으로 국내 최대 경제단체장에 취임하는 것이다. 최근 재계는 규제 입법을 놓고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상황이라 재계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최 회장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박용만 현 회장의 후임으로 최 회장을 단독 추대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최 회장을 정식 선출한다. 관례에 따라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겸한다. 박 회장은 “(최 회장은) 평소 상생,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분이기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서면을 통해 “(상의 회장) 추대에 감사드린다.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기업들의 ‘구심점’으로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51) 현대차 회장, 구광모(43) LG 대표와의 모임을 주재하는 등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 역할을 자임해왔다. 재계는 최 회장이 재계 원로와 30~40대 기업인들의 가교 구실을 하며 중심을 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활동을 통해 재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경제 전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사회적 가치 창출과 상생, 시장 신뢰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혁신(딥체인지)을 내세우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북 안동의 강연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대 경제단체였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은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현재 대한상의는 재계와 정부의 실질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18만 회원사의 98%가 중견·중소기업이어서 각종 제도와 법안 등과 관련해 대기업의 입장만 고려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장은 이해관계가 갈리는 다양한 회원사 의견도 아울러야 하고 정부를 향해 할 말도 해야 한다”며 “최 회장이 개별 기업을 경영할 때와는 달리 재계 대표로서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최 회장은 최근 정·재계의 화두인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도 주도하고 있다. 대한상의에서 정부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1일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반도체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SK하이닉스에서 처음으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한 공장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4세대 10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급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은 SK하이닉스 구성원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를 연봉의 20%(기본급의 400%)로 정한다고 밝힌 뒤 사내게시판 등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최 회장이 직접 내부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1998년 9월 SK그룹 회장에 올랐다. 2003년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과 지분 경쟁을 벌여 2년 만에 SK그룹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지배구조 개선, 사업구조 다각화 등에서 성과를 보였다. 2011년에는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SK가 재계 3위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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