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포기 모르는 한국인 DNA 있다"
시민운동가, JP모건 임원 출신
"인종 간 평등이 내 정치적 사명"
올 11월 치러질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 첫 한국계 후보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아트 장(58·사진). 한국 이름은 ‘장철희’인 이민 2세다. 6월 22일 각 당에서 공식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선거를 치른 뒤 11월 2일 본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미 3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전화로 만난 장 후보는 당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말에 “포기를 모르는 게 한국인 DNA 아니냐”며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로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장 후보들을 소개하는 지난해 12월 28일자 기사에서 장 후보에 대해 “정계에 새롭게 등장한 아웃사이더”라면서 “기타 후보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고 표현했다.
장 후보가 가장 최근까지 지녔던 명함은 JP모건체이스 은행 임원인 매니징 디렉터다. 그 전엔 건축회사에서 일했고 시민운동가로도 활동했다.
장 후보는 “나처럼 다양한 경력을 넘나들며 자신을 혁신하고 변혁시키며 살아온 ‘트랜스포머 후보’는 없다”며 “나의 이런 경력을 이제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 쓰고 싶어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에서 자랐다. 그가 태어난 1963년만 해도 애틀랜타에선 흑백 인종 차별 정책이 버젓이 시행됐다. 아시아계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하이오 역시 백인이 압도적 다수였다. 그의 유치원 교사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남동생이 있는데, (아시아계인) 너를 가르칠 수 없다”며 수업을 거부했다.
장 후보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하며 자랐다”며 “인종 간 평등이 내 정치적 사명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남보다 두 배 이상 열심히 공부해야지만 절반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어머니의 삶도 녹록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가정폭력 탓이었다. 장 후보는 “‘어머니가 무사하실까’라고 두려워하며 아침을 맞곤 했다”고 털어놨다. 부모 모두 한국의 명문대를 다녔지만 6·25 참화를 겪으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아버지는 그러나 6·25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고 가정폭력이란 병증으로 이어졌다.
장 후보의 롤모델은 어머니다. 장 후보는 “어머니는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아침에 어머니는 항상 아침을 차려주셨고 나보다 먼저 공부를 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꿈은 장 후보가 하버드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는 예일대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이후 400달러만 들고 무작정 뉴욕행을 택했다.
왜 뉴욕이었을까. 그는 “다양한 인종 모두가 받아들여지는 곳 아닌가”라며 “내게 뉴욕은 미국에서 최고의 도시”라고 단언했다. 정계에 뛰어든 이유 역시 그가 사랑하는 뉴욕이 망가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는 “시장이 되면 우선 백신 접종 시스템부터 개선하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가 마주한 선거의 벽은 높다.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던 앤드루 양 등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장 후보는 그러나 “아무도 나 같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며 “건축부터 금융, 시민운동까지 나 자신의 경험을 이젠 뉴욕을 위해 바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수진·김선미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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