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미얀마 군부, 아웅산 수치 구금..한국은 '침묵'·국제사회는 '성토'
軍 '입김' 줄이는 개헌 가능성에 반발해와
아웅산 수치, 국민에게 항의 시위 촉구
미얀마 군부가 향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쿠데타를 공식화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은 구금됐다.
총선에서 '압승'한 수치 고문이 정치에 대한 군부 '입김'을 줄이기 위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군부가 쿠데타 카드로 선수를 친 모양새다.
1일 로이터통신·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군 TV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선거 부정에 대응해 구금조치를 시행했다"며 "군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미얀마군 TV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며 "국가 비상사태가 끝나면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총선이 치러질 것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정당에 국가 권력을 넘길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쿠데타는 지난해 11월 총선 결과에 따라 미얀마 의회가 개회하는 이날 새벽 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고문이 이끌고 있는 미얀마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들었다"며 "(미얀마의 수도인) 네피도에 감금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군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쿠데타 명분은 '부정선거'다. 앞서 NLD는 총선 결과에 따라 476석 가운데 396석(83.2%)을 거머쥐었다, 이후 군부는 부정선거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거관리 당국에 조사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선거관리 당국은 이렇다 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군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부는 결국 총을 꺼내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군부가 지난 1962년 쿠데타 이후 53년 동안 미얀마를 쥐락펴락해왔던 만큼, 미얀마 정치 시계가 5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뒤 재선거를 천명한 군부는 수치 고문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온 개헌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수치 고문은 현행 미얀마 헌법에 따라 군에 할당된 상·하원 25% 의석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타협안'을 지난해 군부에 제시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난 2008년 도입한 기존 헌법에서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지난해 총선 결과를 계기로 수치 고문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수치 고문이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한 수준의 총선 압승을 거둠에 따라 '문민정부 2기' 출범을 계기로 개헌 동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군부가 의회 출범 당일 쿠데타를 통해 1년 뒤 재선거를 천명함에 따라 개헌 자체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다만 수치 고문이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에 나설 것을 국민들에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미얀마 정국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얀마의 역사학자 탄 민유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로 향하는 미얀마의 좁은 길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 한목소리로 성토
韓, 공식입장 없이 "예의주시중"
中 "법 통해 갈등 적절히 처리해야"
한편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관련해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직까지 교민 3800여명과 관련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9일 현지 체류 국민들에게 긴급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공지를 전달한 바 있다며 "미얀마 정세가 유동적임을 감안해 미얀마 내 우리 국민 및 진출 기업의 안전·권익 보호를 위해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공식 입장 발표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사건 발생 하루가 다 되도록 공식 입장 발표를 주저하는 것과 달리,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미얀마 쿠데타에 우려를 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강력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수치 고문 등 구금된 인사들에 대한 석방을 촉구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미얀마 총선 결과를 뒤집거나 미얀마 민주주의 이행을 지연시키는 어떠한 시도도 반대한다"며 "현 상황이 철회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 역시 성명을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수치 고문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구금 조치를 강력히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 밖에도 민주주의 진영으로 분류되는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투표결과 존중'과 '구금자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성토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각 측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놨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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