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재활용, 북한에 원전 건설 방안도 있었다
DMZ에 건설, 신한울서 송전 등 포함
고려사항에 "미·일과 공동 의사결정"
산업부 "정책으로 추진된 적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1일 공개했다.
본문 4페이지, 참고 2페이지 등 총 6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문건은 우선 ‘고려사항’에서 “의사결정 기구는 미국·일본 등 외국과 공동 구성하고, 사업추진조직은 남한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TF로 구성”한다며 “미국 등 주요국의 참여 여부, 재원조달 방식, 원전과 비핵화 조치와의 연계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한 추진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된 각각의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열거했다.
일차적으로 거론한 부지는 KEDO 부지(함경남도 금호지구)다. 북한이 과거 희망한 지역으로 지질조사와 부지 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미 구축한 북한 내 송전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제작 중단된 신한울 3·4 원전의 원자로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한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2안으로는 DMZ에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SMART’를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핵물질에 대한 통제가 용이하고, 평화적 이용과 원전 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질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북한으로 신규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문건은 “KEDO 부지를 일차적으로 검토하되, 다른 고려 요인에 따라 DMZ 등 여타 지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 원전을 건설한 이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동해안 지역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다. 장점으로는 종합설계·토지조성·실시계획 협의 등이 완료돼 가장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핵물질 통제가 가능하다.
산업부는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고,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자료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이날 공개한 문건의 성격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문건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된 상태인데 산업부는 이날 ‘원본’이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경험이 있는 인사는 “양식은 청와대에 보고하는 양식이 맞는데, 문서 생성 날짜나 생성한 사람 이름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전이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해놓고, 북한엔 똑같이 위험한 원전을 지어준다는 게 명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북한에 정말 원전을 지어준다면, 비핵화 합의와 실제 기기 설치까지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 텐데 신한울 3·4호기 기기를 그때까지 묵혀뒀다 재활용한다는 게 가능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김남준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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