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주째 '나발니 석방 시위'..5000명 체포, 구치소 꽉 찼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탄압 규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며 현장에서 5000여 명이 체포됐다. 대규모 주말 시위가 2주째 이어지며 미국·유럽연합(EU) 등은 나발니 석방을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러시아 전역의 약 100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수도 모스크바에선 시위대가 나발니가 구금된 마트로스카야 티시나 수용소를 향해 행진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푸틴은 도둑이다” “나발니를 석방하라” “러시아는 곧 자유가 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에 참여하면 대규모 폭동 혐의로 최대 8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스크바는 이번 시위에 앞서 7개의 주요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크렘린궁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시위를 주도한 나발니 지지 단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들은 모스크바 시위를 당초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로 의심받는 연방보안국(FSB) 본부 인근 광장에서 벌일 예정이었지만 광장이 봉쇄되자 다른 광장과 거리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이날 시위로 러시아 86개 도시에서 5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 단체가 그전 주말 시위 당시 추산한 체포자 4000명보다 많은 수치다. 모스크바에서 약 1600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100여 명이 체포됐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모스크바 경찰이 너무 많은 사람을 체포해 수감 시설에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진압을 위해 최루가스를 살포했고, 지난주엔 사용하지 않았던 테이저건을 비무장 시위대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니콜라이 바비코브는 NYT에 “탄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유는 사라지고 있고, 우리는 조금씩 다시 옛소련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시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NYT는 “나발니는 민족주의자부터 자유주의자, 심지어 이념이 없는 사람들까지 푸틴의 비판 세력으로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며 “크렘린궁은 이 점을 특히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탄압은 러시아에 약간의 자유를 허락해온 푸틴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선 권위적 통치를 앞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러한 권위주의 전환에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저항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언론인을 상대로 2주 연속 가혹한 탄압을 한 것을 규탄한다”며 나발니와 시위대의 석방을 요구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체포 선풍과 가혹한 무력 사용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의 트윗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시위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나발니 지지 단체들은 2일 모스크바 법원 앞에서의 시위를 예고했다. 나발니는 2014년 사기 및 돈세탁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이를 위반한 혐의로 최근 체포됐다. 그는 2일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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