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KBS에 화나는 3가지 이유

오병상 2021. 2. 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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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관련 KBS직원의 시청자 조롱글에 여론 들끓어
중요한 건 KBS가 재미없다는 것..그러니 시청료도 아까워
2019년 7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KBS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자사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

KBS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답답하네..너네가 아무리 뭐라해도 우리회사 정년보장되고요..수신료는 전기요금 포함되어 꼬박꼬박 내야되고요..평균연봉 1억이고..능력되시면 우리 사우님되세요~’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글을 주고받는 컴뮤니티입니다. ‘속내를 털어놓자’는 좋은 취지인데, 익명이다 보니 도발적이고 천박한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2.

직장 확인후 가입하기에 글 쓴 사람은 KBS 직원이 맞습니다.
그는 KBS 직원들의 억대연봉을 욕하는 사람들을 조롱한 겁니다.

억대연봉이 논란이 된 것은 1월27일 KBS이사회가 수신료인상안을 상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SNS에 ‘KBS직원 60%가 억대연봉. 그 중 무보직자가 2053명’이라고 썼습니다. 방만한 경영을 탓한 것이죠.

그러자 KBS에서 ‘억대연봉은 전체직원의 46.4%며 무보직자는 1500여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수치만으로도 ‘방만하다’는 비난이 확산됐습니다.

3.

첫째. 돈 문제라 민감합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억대연봉 받으면서 국민들에게 ‘시청료 더 달라’고 손을 내미는 행위가 뻔뻔해 보입니다.

억대연봉을 받으면서 ‘보직이 없는 사람’이 1500명이라는 사실은 더 놀랍습니다.
전체직원 4700여명이니까, 억대연봉이 46.4%면 대략 2천여명인데..무보직이 1500명이면..억대연봉자 가운데 4분의 3 가량이 무보직이네요.

무보직이라고 노는 건 아니겠지만..주요 직책을 맡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건..뭔가 잘못된 회사입니다.

4.

둘째.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시청자들이 사실상 시청료를 강제로, 그것도 이중으로 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강제징수라는 건..수신료를 전기세에 얹어 통합징수하기 때문입니다. 위 글에서 ‘수신료는 전기요금 포함되어 꼬박꼬박 내야되고요’가 그 말입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한전에 분리징수를 요청하면 됩니다. 1994년부터 통합징수라 다들 무관심하게 그냥 내 왔습니다.

이중징수라는 건..97%의 시청자들이 이미 KBS 수신료 외에 TV 시청료를 따로 더 내고 있습니다. 케이블이나 IPTV 등등 각종 유료서비스를 통해 지상파를 보기 때문입니다.

5.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재미가 없는데도 돈을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왜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엔 1만원씩 내면서 KBS엔 2500원을 안내려 할까요?

10여년전 보통 주말드라마면 20% 나오던 KBS 시청률이 지금은 5% 수준입니다. 거의 노년층만 봅니다. 그러니 광고가 더 안됩니다.

뉴스는‘정권의 나팔수’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문재인 출범 이후 친문 개그맨 김제동이 진행하던 뉴스‘오늘밤 김제동’이 대표적입니다.

6.

결론적으로..KBS가 재미없는 것은 전적으로 KBS 책임입니다.

KBS는 1981년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면서 만든 체제 그대로입니다. 시청료도 당시 책정된 2500원 그대로입니다. 고연봉 시니어 인력 대부분 전두환 시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준비차 특채했습니다.

환경은 급변했습니다. 방송이 디지털시대에 접어든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KBS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7.

KBS는 거대한 공룡처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렇게 죽어가는 KBS에 돈을 더 내고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KBS는 올해를 ‘40년만의 수신료인상 기회’로 여기는 듯합니다.
사실상 강제징수니까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되니까..여권이 절대다수니까 국회통과까지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정권 나팔수’역할에 더 발벗고 나설까 걱정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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