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됐다는 北원전문건, 산업부 '시나리오 셋' 원본 공개했다

손해용 2021. 2.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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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기구 美日공동구성"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1일 공개했다.

본문 4페이지, 참고 2페이지 등 총 6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신한울 3ㆍ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은 우선 ‘고려사항’에서 “의사결정 기구는 미국ㆍ일본 등 외국과 공동 구성하고, 사업추진조직은 남한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TF로 구성”한다며 “미국 등 주요국의 참여 여부, 재원조달 방식, 원전과 비핵화 조치와의 연계 여부 등에 따라 상이한 추진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된 각각의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열거했다.

일차적으로 거론한 부지는 KEDO 부지(함경남도 금호지구)다. 북한이 과거 희망한 지역으로 지질조사와 부지 정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미 구축한 북한 내 송전망을 활용할 수 있어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제작 중단된 신한울 3ㆍ4 원전의 원자로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통제가 어려워 미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협의 등을 통한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2안으로는 DMZ에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SMART’를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핵물질에 대한 통제가 용이하고, 평화적 이용과 원전 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질 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북한으로 신규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문건은 “KEDO 부지를 일차적으로 검토하되, 다른 고려요인에 따라 DMZ 등 북한 내 또는 남한 내 여타 지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3안은 백지화한 신한울 3ㆍ4호기 원전을 건설한 이후 북한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동해안 지역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해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다. 장점으로는 종합설계ㆍ토지조성ㆍ실시계획 협의 등이 완료돼 가장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핵물질 통제가 가능하다. 제작하다 중단한 원자로 등을 활용해 500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 정책과의 상충을 우려했다. 문건은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정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북한용 원전을 남한에 건설하고 사용후핵연료를 남한에 저장하는 것에 대한 반발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문건은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하고 원전 건설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원문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논란이 불필요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해당 사안이 현재 재판중인 사안임에도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어 그대로 종결됐다는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 "황당하고, 불가능하다"
해당 문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작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전이 위험해서 안된다고 해놓고, 북한은 똑같이 위험한 원전을 지어준다는 게 명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부가 밝힌 것처럼 충분한 검토없이 작성한 내부 아이디어 수준의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북한에 정말 원전을 지어준다면, 비핵화 합의와 실제 기기 설치까지 최소 수년의 시간이 걸릴텐데 신한울 3ㆍ4호기 기기를 그때까지 묵혀뒀다 재활용한다는 게 가능해 보이진 않는다”면서 “DMZ에 건설하는 것도 용수공급과 지뢰 등 안전문제 고려하면 황당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세종=손해용ㆍ김남준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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