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최태원호 대한상의 출범..反기업 규제 과제 산적

김경미 2021. 2. 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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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시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 투자협약식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61)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맡는다. 30대 후반에 SK그룹을 맡아 재계 3위로 끌어올린 최 회장은 어느덧 60대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재계의 맏형으로서 국내 최대 경제단체장에 취임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재계는 규제 입법을 놓고 정부나 국회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계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최 회장이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박용만 현 대한상의 회장의 후임으로 최 회장을 단독 추대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임시 의원총회에서 회장을 최종 선출한다. 서울상의 회장은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을 겸한다. 박 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 회장 추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평소 상생·환경·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분이기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서면을 통해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24년차 경영인이자 재계 ‘맏형’
최 회장은 1998년 9월 서른여덟의 나이로 SK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타계 후 갑작스레 그룹을 맡은 지 벌써 24년째다. 부침도 있었다. 지난 2003년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과 지분 경쟁을 벌여 2년 만에 SK그룹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분식회계·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 생활을 했고, 최근에는 이혼 등 개인사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하지만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지배구조 개선, 사업구조 다각화 등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SK가 재계 3위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면 기업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4대 그룹 총수 중 경제단체장을 맡은 만큼 정부와의 소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격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1), 구광모 LG그룹 대표(43) 등과의 모임을 주재하는 등 맏형 역할을 자임해왔다. 국내 많은 기업에선 최근 이병철·정주영처럼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1세대 창업자들을 대신해 3·4세대 젊은 기업인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재계는 이에 따라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이자 60대에 접어든 최 회장이 재계 원로와 30~40대 기업인들의 가교 역할을 하며 재계의 중심을 잡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 “기업의 사회적 가치” 강조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활동을 통해 재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의 추대에 대해 “국가 경제를 위해 고민하겠다”고 답한 것도 SK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대·중견·중소 기업의 동반성장과 소상공인 보호 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최 회장은 최근 사회적 가치 창출과 상생, 시장 신뢰를 중심으로 한 근본적인 혁신(딥체인지)을 내세우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에 주어진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하게 될 M16은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 7000㎡(1만7000여평)의 건축면적에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 제공) 2021.2.1/뉴스1



재계, ‘무게감 있는 경영계 대표’ 기대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다양한 기업의 이해관계를 두루 대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동안 국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대 경제단체였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대한상의가 재계와 정부의 실질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중대재해법, 공정경제 3법 등의 입법을 추진 중인 정부와 국회에 맞서 대한상의가 앞장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18만 회원사의 98%가 중견·중소기업이다. 각종 제도와 법안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견해가 엇갈리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장은 이해관계가 갈리는 다양한 회원사 의견도 아울러야 하고 정부를 향해서는 할 말도 해야 한다”며 “최 회장이 개별기업을 경영할 때와는 달리 재계 대표로서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당장은 ‘2050 탄소중립국’ 선언 같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보조를 맞춰가며 서서히 재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최 회장은 최근 정·재계의 화두인 ESG 경영도 주도하고 있어 대한상의에서 정부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영향력이 큰 4대 그룹 총수인 만큼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 참석하며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또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내놓겠다”며 성과를 나누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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