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농성 푼 세월호 가족들 "문 대통령, 약속 지킨다 했는데.."

김종훈 2021. 2. 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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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저녁, '대통령 응답 촉구' 촛불피켓 계속 진행.. "진실 포기 안해"

[김종훈, 유성호 기자]

 세월호참사 희생자 고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가족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 이행이 이뤄지지 않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

지난 2019년 11월 13일이래 청와대 앞에서 447일 동안 1인 시위를 하고 89일 동안 노숙농성을 한 세월호 희생학생 고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1일 자신의 몸에 걸었던 자보 속 내용이다. 지난 2016년 4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에 대한 대통령의 답을 듣겠다"며 노숙농성을 이어온 경빈엄마 전씨는 1일 오후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종료했다. 가족들이 밝힌 노숙농성 중단 이유는 "가족들이 직접 해내야 할 진상규명의 몫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국정원 및 군 기록과 데이터를 모두 받아내야 한다. 검찰특수단의 악의적인 부실수사 결과를 바로 잡기 위한 대응과 조치를 해야 한다. 사참위 활동 기한 내에 세월호 급선회 원인 및 정부의 행적과 책임을 온전히 밝혀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직 후보추천 조차 시작하지 못한 특검 임명과 수사단 구성을 촉구하고 사참위와 공조하는 특검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감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질환과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지지하고 지탱하기 위한 고민이 더해졌다"면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바라는 4.16시민동포들의 동행 때문에 대통령의 답을 듣지 못했어도 노숙농성 중단을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동수아빠 "대통령은 가족들 앞에서 한 약속 잊었나"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가족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세월호 유가족 “문재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 당장 이행하라” ⓒ 유성호

이날 가족들은 스스로 농성장을 정리했지만 대통령을 향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씨는 문 대통령을 향해 "4월 16일을 기억하냐"면서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선장이 탈출할 때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노숙하는 가족들을 향해 청와대가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르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 가족들과 희생자들 앞에서 한 약속을 잊었냐"면서 "정녕 대통령이 되려고 희생자와 아이들을 이용한 것이냐. 노숙농성하면서 진실된 진상규명 의지를 기다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길 진정으로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함께 선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 역시 "착잡함을 넘어 참담하다"면서 "박근혜씨가 탄핵됐을 때 세상이 바뀔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정권초기 '인수위가 없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다음은 선거와 평창올림픽을 이유로 기다리라 했다. 지금은 아예 침묵하고 외면한다. 무엇을 더 기다리나. 실망과 분노만 남았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가족들은 이날 "청와대는 왜 검찰특수단의 수사결과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냐"면서 "검찰특수단 수사 결과와 관련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한 특수단 수사 결과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은 수사와 기소다. 주어진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참위와 공조해 제대로 수사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날 가족들은 기자회견 종료 후 노란색 피켓 등으로 조성했던 노숙농성장을 직접 철거했다.  447일 동안 1인 시위를 이어온 경빈엄마 전씨 등 희생학생 엄마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19일 세월호 특수단은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2건만 기소하고 13건을 무혐의 처리하고 해체됐다. 사흘 뒤인 1월 22일 가족들은 특수단을 규탄하며 삭발을 강행했다. 1월 25일부터는 매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은 바 있다.

가족들은 "노숙농성은 철수하지만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청와대 주변에서 촛불과 피켓을 계속 들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어 대통령의 응답을 촉구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가족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가족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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