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백신 1차 검증서 "예방 효과 62%..고령층 접종 가능"
"65세 이상 접종 제한해야" 의료계 논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 접종을 앞두고 허가 심사 첫 관문을 통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외부 자문단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조건부 허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대해서도 자문단 다수가 “투여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식약처 허가를 통과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말께 공급돼 요양병원·시설 고령자와 종사자 등에 우선 접종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식약처는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 자문단은 백신 허가를 위해 거쳐야 할 3개의 자문 회의 가운데 첫 단계다. 감염내과 전문의, 백신 전문가, 임상 통계 전문가 등 8명이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제출한 임상·비임상·품질 등 자료를 토대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중간 분석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에서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날 자문단 회의에서도 연령 제한을 권고할지 주목됐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만 18세 이상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백신 사용을 권고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65세 미만 성인에 한정해 접종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자문단 다수 의견은 “임상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로 기울었다. 자문단은 근거로 ▶임상시험 계획인 만 18세 이상 대상자로 설계됐고 ▶만 65세 이상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됐으며 ▶백신 투여 뒤 면역 반응이 성인과 유사하고 ▶안전성 프로파일(경향성)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자문단이 실제 65세 이상 고령자 데이터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고령자 660명을 대상으로 한 예방 효과 평가에서 접종 후 감염 사례는 경증 환자 1명에 그쳤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성질(면역원성)도 성인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의 양을 나타내는 ‘결합항체가’는 성인(99.3%)보다 고령자(100%)에서 높게 나타났고, 바이러스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는 성인(80.7%)보다 고령자(64%)가 다소 낮았지만, 식약처는 “결합항체가나 중화항체가는 면역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중화항체가의 경우 60%를 넘어서면 크게 차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2109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안전성 시험에서도 고령자의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률은 65세 미만 성인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고 자문단은 밝혔다. 중대한 이상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자문단에서 일부 전문가는 “고위험군인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고령자의 항체가가 65세 미만 성인보다 낮고 면역원성 반응과 예방효과 상관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임상 등 추가 결과 확인 후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식약처 김상봉 바이오생약국장은 1일 브리핑에서 ”고령자 투여에 대해 결론을 내리거나 합의한 것은 아니다“며 ”다수와 소수의 의견이 있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입체적으로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자문단 평가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는 약 62%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인 50%를 넘어섰지만 90%를 넘어선 화이자·모더나에 비하면 한참 낮다. 자문단은 임상시험에서 효과성이 확인된 표준용량으로 4~12주 간격 2차례 투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허가 후 실제 사용 전 전문가 자문을 거쳐 투여 간격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일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심위에서 추가로 자문을 받은 뒤 최종 점검위원회를 거쳐 2월 둘째 주경 최종 허가 여부를 발표한다.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가 난다면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께 공급돼 요양병원 입소자 등에 투여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0만 도즈(75만명분)가 이달 말 공급된다.
하지만 고령층 접종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이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협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만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경우 현재까지 나온 백신 중 효과가 확실하고 가장 높게 입증된 백신, 즉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모더나가 인종·연령·성별 등을 고려해 대표성 있게 대상자를 포함한 것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연령별 효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요양병원 등 고령자에는 가장 효능이 우수한 백신이 필요한데 도입 백신 중 가장 효과가 약한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밝힌 접종 제1 원칙이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접종하겠다’는 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아직 없다”며 “접종 대상이 안 맞겠다고 할 때 맞으라고 설득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중화항체 형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노인도 젊은 층처럼 맞아도 괜찮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임상시험이 촘촘하지 못했지만, 접종센터에서 접종해야 할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요양병원 등 고령층에게 접종하기 수월한 면이 있는 만큼 이런 걸 다 고려해 정부가 접종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성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일단 접종을 시작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연구를 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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