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고 결정..분양전환 아파트 정말 돈 될까

정다운 2021. 2.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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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세로 살아보시고 살지 말지 결정하세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울 때 혹은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주택 수요자들은 흔히 분양전환형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는 한다. 분양전환형 아파트는 임대료를 내고 일정 기간 동안 살아본 다음, 임차인에게 주택 매입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이곳에서 살아본 사람은 집을 매입할지, 아니면 계약금을 돌려받고 나갈지를 결정한다. 만약 임차인이 매입을 원하지 않으면 주택 사업자는 이를 시세대로 팔거나 다시 임대 놓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내집마련 자금이 부족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수요자에게 자금 마련 시간을 버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다. 다만 일반분양과는 엄연히 다르고, 일반적인 임대주택과도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주택 공급 주체나 사업 방식에 따라서도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분양전환 방식을 잘못 이해하고 덜컥 세입자가 됐다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어 사업 구조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필수다.

분양전환형 임대아파트는 아주 흔한 주택 공급 방식은 아니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보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스카이베르데포레’, 포항 북구 ‘중앙하이츠용흥’, 속초 노학동 ‘속초테르바움’,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 이지더원2차’, 문경 신기동 ‘문경금호어울림’ 등이 분양전환을 전제로 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일단 임대로 살다 추후 집값을 봐가며 인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거나 비슷해 보이지만 사업 구조가 모두 다르다.

일정 기간 먼저 거주해본 다음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분양전환 아파트는 사업 주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매경DB>

▶협동조합원으로 참여하면

▷청약통장 필요 없지만 책임도 직접

일례로 방이동에 들어서는 ‘스카이베르데포레’는 협동조합이 직접 민간임대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건설사나 시행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아니라 주택 소유자가 협동조합 발기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형태다. 최근 이 아파트는 민간임대주택 창립준비위원회에서 민간임대아파트 사업을 추진할 협동조합 발기인을 모집 중이다.

이런 형태의 분양전환 아파트 장점은 주택 소유 여부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어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기만 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자격으로 10년 동안 내 집처럼 직접 살아보고 난 뒤 준공 당시 시세 그대로 적용받아 등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임대로 거주하는 10년 동안은 취득세나 재산세 같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 지위권을 양도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자유롭게 넘겨줄 수도 있다. 다만, 조합원도 엄연히 조합의 일원이다. 민간임대 사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포항 용흥동에 지상 최고 29층, 6개동, 총 572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중앙하이츠용흥 역시 시행 주체가 협동조합이다. 청약통장 가점이나 주택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것까지는 같다. 다만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이 자금 관리를 맡을 예정. 조합은 중앙하이츠용흥이 보다 투명하게 사업이 운영되는 점, 이미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 토지 계약이 95% 이상 이뤄져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10년간 장기 임대 형태로 거주하고, 이후 임대 계약을 연장하거나 시세감정평가액의 80% 수준에 분양전환할 수도 있다.

부산 기장군에 지어지는 ‘일광신도시 이지더원2차’(총 1198가구)는 가장 익숙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 분양전환 아파트다. 임차인 자격으로 5년 또는 10년간 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분양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일광신도시 이지더원2차는 2019년 말 공급 당시, 분양으로 전환하면 주변 시세의 80~90% 수준 가격으로 소유권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역시 분양 전환 전까지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5~10년 후 시세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으로 공급되는 분양전환 아파트는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공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분양전환형 아파트들은 분양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정 분양가를 두고 입주민과 건설사·시행사 사이에서 논란이 종종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전환

▷매매 계약 먼저 맺는 스마트 리빙제

속초 노학동에 들어서는 속초테르바움은 환매조건부 매매 계약으로 분양 전환을 내세운다. 분양가 일부를 먼저 내고 일정 기간 거주한 뒤, 거주자가 계약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 주체인 시행사에 되팔 수 있다. 환매를 신청하면 분양대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원하면 잔금을 치르고 분양을 확정하는 식이다. 환매조건부 매매 계약은 ‘스마트 리빙제’라고도 불리는데, 2013년 미분양 물량이 많았던 서울 은평뉴타운이나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유행하며 ‘애프터 리빙제’ ‘프리 리빙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환매조건부 매매 계약으로 분양전환 아파트를 받을 때 주의할 점은 시행사와 ‘분양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분양을 받는 것인 만큼 분양대금을 전세금처럼 여겨서는 곤란하다. 당연히 입주 때 전세금 반환보증에도 가입할 수 없다. 또 환매조건부로 거주하다 인수를 하지 않고 퇴거할 때는 임대차 계약이 아닌 매매 계약을 철회하는 것인 만큼 원상회복 의무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공에서 진행하는 환매조건부 주택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개념인데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랜 기간 주장해온 개념이라 최근 새삼 주목받았다. 10년 뒤 시세를 보고 분양전환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생각보다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07년 군포시 부곡동에 공급된 ‘휴먼시아5단지’가 대표 사례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언젠가 LH 같은 공공기관이 되사는 조건으로 분양하는 집이다. 최초 분양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파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주변 시세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분양받은 사람은 사실상 시세차익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 분양가는 다소 싼 편이다. 2007년 분양 때는 일반 공공분양보다 2000만원가량 싼값에 입주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던 당시 시세차익을 직접 누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LH가 환매 조건으로 군포 휴먼시아5단지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청약 경쟁률은 0.1 대 1에 그쳤다. 입주자를 추가로 모집했지만 최종적으로 92%가 미분양됐다. 그러자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현재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비슷한 개념으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자곡동에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있다. 땅은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주택 건축물은 민간이 소유하는 방식이다. 2011년 우면동에 공급된 ‘LH서초5단지’, 2012년 자곡동에 공급된 ‘LH강남브리즈힐’이 대표적이다. 2014년 입주한 LH강남브리즈힐 전용 84㎡의 분양가는 2억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2017년 전매제한이 풀렸고, 최근에는 14억원 안팎에 매물로 나온다. 이 주택을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이라면 최소 1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낸 셈이라 ‘로또 분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천 옥길지구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이 추진됐지만 사업성 악화로 철수했다. 이후 추가로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없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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