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돈 주는데 왜 일해요?"..일터 안가는 청년에 기금도 '텅텅'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중복으로 수급한 사람도 1만4,000명
월 181만원.."일해서 버는 돈과 비슷"
고용보험기금 고갈..지급액 최고치
[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 실업급여의 재구성
<앵커>
마지막 키워드는 '실업급여의 재구성'입니다.
실업급여는 실직하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실직'을 당한 뒤에 구직하려는 노력을 하면,
정부가 보험료로 걷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을 실업급여라고 합니다.
정말 돈이 절실한 실직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제도죠.
<앵커>
실업급여는 누구에게 얼마나 주는 겁니까?
<기자>
실업급여는 180일을 근무하고 말 그대로 '잘리면' 4개월을 받습니다.
일을 하면 고용보험에 가입되는데,
가입 기간이 180일이이면 실업한 4개월은 실업급여가 나오는 겁니다.
지급액은 하루에 최소 6만 120원인 것을 감안하면 월 최소 181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일하면서 받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올해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올랐으니까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182만 2,480원입니다.
일해서 버는 돈이나 놀면서 나오는 돈이나 비슷하죠.
<앵커>
그러면 놀면서 돈 벌고 싶다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부정으로 수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해고를 당하고, 여기에 취업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로 이직 사유를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도저히 합격이 안될 이력서를 넣으면서 서류상의 구직활동을 했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적발한 이렇게 부정하게 타간 금액이 222억이 넘습니다.
1인당 적발한 부정수급액은 평균 96만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6개월만 일하고 고의로 해고를 당한 이후에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앵커>
실업급여가 중복으로 나온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받아도 제한이 없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중복으로 수급한 사람은 1만 4,000명에 달하는데요.
돈으로 확산하면 667억 3,800만원이 이들을 위해 쓰인 겁니다.
지난 5년 간으로 보면 5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사람도 1만명입니다.
6개월의 단기 일자리를 찾고, 그만 둔 뒤에 실업급여를 받는 방식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변에 의도적으로 실업급여를 타는 사람이 있다" "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 하겠냐" 등의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실업급여가 너무 높은 건지, 월급이 너무 낮은 건지 구분은 안 되네요.
월급하고 비슷하다면 노는 걸 택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아지겠는데,
꼼수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늘면 정부 예산에도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닙니까?
<기자>
문제가 많죠, 사실상 기금이 고갈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대상과 기간이 늘면서
지난해 누적 지급액도 11조 8,507억원으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여기에 실업급여가 고용보험에 6개월 가입하면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앞으로 대리운전기사와 택배기사 등 총 14개 직종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 포함되는 직종에는 단기간 일하는 형태의 종사가가 많아
고용보험기금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기금이 고갈되면 기존에 많이 적립한 사람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죠.
<앵커>
실업급여를 꼼수로 타가는 사람이 늘어 기금이 고갈되면 이마저도 안되는 거네요.
<기자>
네, 사실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사업주들도 문제죠.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 이상 계약한 근로자에게도 2년차 연차수당을 주도록 하는데,
여기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1년 미만 단기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실업급여가 누군가에는 절실한 일종의 사회안전망인데, 잘 운영될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사실 우리나라는 실업 상태에 벗어나려는 사람을 지원한다기 보다는,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일차원적인 방식에 불과한 게 문제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부가 재취업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에서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서는 실업 상태인 것은 물론,
고용사무소에서 연결해주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실직자에게 40시간 이상의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유도합니다.
덴마크는 최대 2년까지 급여의 90%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지원하지만,
단순히 이력서를 낸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구직 계획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처럼 정부가 실업급여를 제대로 감시해 악용하는 사례를 막고,
재취업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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