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서 살 아남기] SK가 1.6조 투자한 플러그파워..흑자 한번 못냈지만 수소기술은 최강

김기진 2021. 2. 1. 17: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 7일 SK그룹은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지분 9.9%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플러그파워와 협업해 아시아 수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수소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1월 13일에는 프랑스 르노그룹이 플러그파워와 합작사를 세운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은 유럽 연료전지 기반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랑스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과 수소 차량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플러그파워에 러브콜을 보내자 투자자들도 부쩍 관심을 보인다. 올해 들어 1월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플러그파워 주식 1억4500만달러를 매수했다. 전체 해외 주식 매수 결제금액 순위 14위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미국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주식을 사고팔 때 중개 서비스 로빈후드를 이용한다. 로빈후드는 매일 이용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상위 100개 종목을 추려 ‘100대 인기 종목’ 리스트를 발표한다. 플러그파워는 수개월째 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수소 업체 플러그파워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연달아 러브콜을 받으며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플러그파워 수소 연료전지. <SK 제공>

▶플러그파워 어떤 기업이길래”
▷아마존에 수소 지게차 공급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돼 1999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실적만 보면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2019년 순매출은 2억3000만달러(약 25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매출은 2억1600만달러(약 2400억원)다. 연간 기준으로는 3억달러(약 3300억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 중소·중견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1월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무려 302억달러(약 34조원)다. 매출이 적지만 주식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플러그파워는 자동차 연료전지, 수전해(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 설비, 수소 충전소 건설 등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보유했다. 수소 생산과 유통 등 수소 생태계 핵심 단계에서 활약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동차 기업 BMW와 유통 업체 까르푸, 인테리어·건설자재 업체 홈디포 등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라는 점도 돋보인다.

이미 수소 충전소 90개 이상을 운영하는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수소로 작동하는 지게차를 생산하는 모빌리티 사업도 운영한다. 아마존과 월마트를 비롯한 글로벌 유통 업체에 수소 지게차를 공급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3만2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누적 운행 시간은 2억2000만시간 이상, 누적 운행 거리는 100만마일 이상이다. 이 밖에 소형 로봇, 드론 등에 활용 가능한 수소 전지를 만들고 미국 뉴욕에 대규모 수소 전지 공장을 짓는 등 수소 활용처를 다변화하고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비용 절감, 사업 경쟁력 개선을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선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플러그파워는 가이너ELX와 유나이티드하이드로젠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가이너ELX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유럽 시장에 수소 판로를 갖췄다는 것도 예의 주시할 만하다. 유나이티드하이드로젠은 수소를 생산해 유통한다. 하루에 수소 6.4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한다.

▶흑자전환은 과제

▷특정 고객 의존도 높다는 단점도

플러그파워가 큰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장기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여럿이다.

흑자전환이 첫손에 꼽힌다. 플러그파워는 창사 이래 흑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2017년 1억200만달러였던 영업손실은 이듬해 7000만달러, 2019년 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감소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손실(4300만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 2019년 매출에서 최대 고객사 두 곳이 차지하는 비율은 49.6%다. 2017년 71.8%, 2018년 66.7%에서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 레카 칸델왈 투자 자문가 겸 금융 칼럼니스트는 “최대 고객사 두 곳과 계약을 이어가지 못하면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친환경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책을 축소하면 플러그파워 기술·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높은 비용을 감안하면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도 이어진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플러그파워 주가는 3~4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 기류를 타며 지난해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33.91달러까지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1월 26일 73.1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021년 들어서만 127% 뛰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1월 26일 기준 1년 상승률은 무려 1821%나 된다.

미국 투자회사 케리스데일캐피털은 “2020년 플러그파워는 매출 3억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지금 주가는 2024년 예상 매출의 40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과하게 높다. 플러그파워는 수년간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기대한 것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왔다. 수소경제 성장 기대감에 최근 투자자가 몰렸는데 수소경제는 몽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적보다 잠재력에 주안점을 두고 투자 결정을 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새겨들음직하다.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는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 사례다. 지난해 니콜라는 수소 트럭 부문에서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2020년 1월 10달러대에 머무르다 6월 70달러대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후 기술 사기 논란에 휩싸이고 대규모 납품 계약이 취소되며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 1월 들어 10~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사기 의혹을 조사 중이다.

물론 플러그파워는 니콜라와 다르다. 니콜라는 상용화한 수소 트럭이 없고 관련 매출이 없었다. 플러그파워는 아마존과 월마트에 수소 지게차를 공급하고 수소 충전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투자결정을 내리기 전 흑자전환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를 비롯해 일부 산업은 실적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플러그파워가 언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수소 산업은 아직 태동기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플러그파워를 비롯한 수소 관련 기업이 결실을 맺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