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삭제했다는 北원전 문건, 옆 동료 컴퓨터서 발견됐다
산업통상자원부 A서기관이 삭제한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건이 해당 서기관이 근무했던 원전산업과 다른 직원 컴퓨터에 옮겨진 사실이 확인됐다. 산업부는 “A서기관 외에는 이 문건에 직접 관여한 사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A서기관이 삭제한 문서 중 북한 원전지원 관련한 문건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산업부는 해당 문서 파일을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A서기관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는 파일이 삭제돼 복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원전산업과 내 다른 동료 컴퓨터에 해당 문서 파일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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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했다는 문건 옆 컴퓨터로 옮겨져
이 문건은 A서기관이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이란 제목의 6쪽짜리 보고서다. 과거 한반도에너지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고 했던 북한 신포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지어주거나 신한울 3ㆍ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전력을 송전하는 3가지 지원 방안이 담겼다.
해당 문서는 처음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비공식 문서였다. 또 A 서기관 외에 당시 담당과장이었던 B국장까지만 보고했을 거라고 산업부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A서기관이 직접 옮겨놨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부망에서 공유돼 옮겨졌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이동 경로는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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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전 문서 왜 남겼나…“미스터리”
감사원 월성 조기폐쇄 관련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A 서기관은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기 위해 월성 1호기 관련 업무용 폴더들을 삭제했다”고 했다. 산업부 안팎에서는 해당 파일은 지워서는 안 될 내용이고, 내용을 계속 발전시킬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감사원 감시의 눈을 피해 보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의 해명처럼 ‘내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했다 종결한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왜 그 문서가 다른 동료 컴퓨터로 옮겨졌는지는 정말 미스터리”라면서도 “앞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거나 중요한 문건은 남겨서 후임자에게 전달해 주는데 북한 원전 관련해서 앞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참고용으로 남겨뒀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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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요이스’는 핀란드 유학 공무원 취향
하지만 산업부 내부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문서를 폐기한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내용을 보면 ‘단순 아이디어 차원’ 자료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야권에서는 “핀란드어인 뾰요이스(북쪽) 같은 암호 같은 말을 지어내며 숨기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뾰요이스’ 폴더명은 핀란드 유학을 다녀온 해당 서기관의 개인 경력과 취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원전 지원과 관련해 여러 버전의 파일명이 있는 것도 공식 문서가 아니라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실무진들이 초고를 작성한 뒤 수정본을 만들면 이전의 아이디어를 남겨두기 위해 여러 버전 형태로 저장한다. 만약 최종 보고서였다고 한다면 최종본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문서도 전자결재 등록 없이 장관 등 윗선까지 보고는 될 수 있다. 산업부는 해당 문서가 과장까지는 검토한 것으로는 보이지만, 그 윗선까지 보고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최종 보고라인에 있었던 백운규 전 장관은 과거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원전지원 관련 문건은 검토한 적도 없고 논의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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