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USB ②비공개합의 ③왜 삭제..北 원전 쟁점과 의문들
스모킹건 유무 놓고 진실게임 지속
국민의힘이 제기한 대북 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 논란의 실체를 밝히려면 몇 가지 쟁점들이 정리가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 속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내용, 정상 간 비공개 합의 여부, 산업통상자원부의 문건 삭제 경위 및 청와대의 지시 여부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밝혀진 삭제 문건의 목록을 기반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상태다. 청와대와 여권도 “근거 없는 신북풍몰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USB 공개 등엔 미온적인 상황이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 프로토콜 상 주무부처에서 만들다보니,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담았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공약보다도 훨씬 후퇴한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며 “공약에도 없던 원전 문제를 야권 동의도 없이 통일부 차원에서 만들어 김 위원장에게 건넨다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통일부도 이 자료를 생산했다고 밝힌 상태다. 통일부 관계자는 “그 내용은 각 부처에서 보낸 정상회담 관련 구상을 통일부가 받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라며 “다만 자료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신경제협력 구상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인적·물적 교류 확대가 핵심 사안이었다. 실제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했다. 여권 관계자는 “핵심 의제도 아닌 에너지협력 분야에서, 비핵화 없이는 추진하지도 못할 원전 문제를 제안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에너지협력 분야는 남북 동해안에 집중된 수력·화력·풍력 등 재래식 발전을 연계하는 방안 정도가 주 내용이라는게 이들의 전언이다. 2018년 말 국토연구원의 ‘한반도 신경제구상 구현을 위한 국토분야 전략방안 연구’를 보면 남한 전체 발전설비 중 약 37%가, 북한 수력발전 설비용량의 34%·화력발전 설비용량의 12%가 동해안에 분포하고 있다. 이를 연결하는 게 신경제지도 구상 중 동해권 에너지벨트 사업이다. USB 외에 다른 자료를 청와대가 북한에 건넸을 거란 추측도 정치권에서 나오지만 근거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 한들 정상회담 관례상 확인이 어렵고, 역시 합의를 추정할만한 근거가 없다. 당시 상황에 비춰 원전 지원을 언급할 만한 상황도, 이유도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선언 직후 1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상황이 삐끗하자 두 정상이 한달만에 비공개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대전제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와대 또는 범정부 차원에서 원전 지원 구상을 검토할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의혹의 근거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상 간 대화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도 외교적으로 무리다. 여권 관계자는 “정상 간 대화를 함부로 공개하는 건 상대국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2018년 5월 상황에서 원전 지원에 대한 정상 간 비공개 합의를 의심하는 건 당시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배후로 의심받는 청와대는 당혹감의 반영인지 ‘법적조치하겠다’는 말 외에는 그날의 진실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며 “이 모든 사태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이제 문 대통령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아무래도 감사원 감사가 예정되면 공무원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삭제된) 530건 중 북한 원전에 관한 문건은 30건 밖에 없다는데, 이를 삭제하기 위해 530건을 모두 삭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이명박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페이스북에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비밀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손재호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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