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관도 "제재 대상" 이라는데..공무원 나홀로 北원전?

성지원 2021. 2. 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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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력 지원 방안을 놓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관련 장비가 (북한에)넘어간다면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 장관은 지난 2018년 9월 백운규 전 장관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제재 대상인 북한 원전 건설을 산업부 공무원이 '나홀로' 검토했는지를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1월 30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성 장관은 2018년 11월 23일 국회 남북경제협력특위에 참석해 북한 전력 지원 방안에 대한 검토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성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북한은 전력난 해소에 관심이 높고 향후 남북경협 추진 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바, 여러 전력 협력방안을 검토하여 단계별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성 장관은 일부 전력 지원 방식이 대북 제재 대상인 점을 인정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발전소 건설'과 '송전선로 개‧보수' 등을 거론하며 “제재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현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과의 문답을 옮겨보면 이렇다.

지 의원: 전기는 국제 제재나 이런 데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성 장관: 실제적 전력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송전선로의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 발전소를 설립할 것인지 여러 가지 실태조사 같은 것을 통해서 그 내용을 결정해야 되는데, 만약 발전소를 건설한다든지 송전선로들을 개‧보수한다 하더라도 통일부 말씀처럼 관련 장비가 넘어간다면 제재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도 국내 장비를 북한으로 반출해 경협을 추진하는 건 국제사회의 제재 예외 인정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인원과 물자 이동도 유엔 제재 예외승인을 받아야하는 거냐”고 묻자 “예, 그렇다”라고 답했다.

외교부 역시 북한 전력공급을 위한 장비 반출이 제재대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2018년 8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에 전력과 유류가 공급되고 기술‧건설장비가 들어가는데 (제재)위반 아닌가. 대북제재위원회에 미리 면제 요청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윤상현 의원)라는 질의에 “아직은(요청하지 않았다), 지금은 미국 측과 협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산업부 해명에 따르면 관련 부처 장관이 모두 제재대상으로 인식하는 내용을 부처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부 검토한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전날(31일) 브리핑에서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 될 경우를 대비해 북한 원전 문서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라며 “추가 검토나 외부 공개 없이 그대로 종결됐고, 따라서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후임 장관도 제재 대상이라고 말한 자료를 산업부 공무원이 나홀로 검토 했을 리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부처 공직자들이 이런 발상을 할 수 없다. 당시 분위기를 보면 추정컨대 북한을 돕기 위해서 모든 부처가 이런 것을 검토해 (방안을)내놓으라는 것(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중앙포토 최정동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천영우 전 수석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도 잘 알고 있는 법적, 제도적 규범을 산업부가 모르고 검토했다면 그 무지 수준에 경악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원전 건설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것만으로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핵 폐기를 완료한 후 NPT(핵확산방지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전면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NPT에 북한이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를 우리 정부의 독자적 결정만으로 북한에 건설해줄 수 없다. 미‧북 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미국이 동의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천 전 수석은 산업부 공무원의 관련 내용 삭제에 대해선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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