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번엔 "버려야할 구시대 유물".. 野 원전 공세에 초강경

강태화 2021. 2. 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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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일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할 '구시대의 유물'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 원전 지원 논란에 대해 "이적행위"라고 주장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구시대의유물같은 정치 대립을 부추기지 말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며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의 월성1호기 감사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이 무더기로 삭제한 파일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서가 포함된 걸 두고 야당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받았지만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고 한다. 회의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다.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며 법적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기조가 “대통령의 뜻과 다르지 않다”고 했는데, 이날 문 대통령의 관련 육성이 나온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김 위원장의 말은 선 넘은 정치공세고, 색깔론이고,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 없는 선동”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원전 논란과 관련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비밀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 이는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스1

이러한 강경 대응 기조의 배경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삭제된 문건에 나오는 북한 원전 문제는 실제로 공식 논의된 적이 없는 폐기된 사안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몰래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주장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등에 관여했던 여권의 핵심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8년 4ㆍ27 정상회담 직후 남북협력과 관련된 향후 아이디어를 내라는 요청이 통일부 등을 통해 전 부처에 공지됐다”며 “산업부 공무원 중 일부가 북한 원전 지원 관련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현실성 문제로 검토 이전 단계에서 이미 폐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민주당 김태년 의원실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통일부 정책실과 기획조정실 등의 ‘공문 수·발신 대장’에는 그해 5월 1일자로 비공개 ‘업무협의 개최’와 ‘비밀취급인가 신청’ 공문이 다수 있었다.

1차 남북회담직후인 2018년 5월 1일 무렵 통일부는 협무협조와 비밀유지를 요청한 공문을 다수 발송했다. 김태년 의원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시는 초유의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분위기였다”며 “소위 ‘원전마피아’들이 적지 않은 산업부에서야 북한에 원전을 짓자는 방안도 얼마든지 낼 수 있었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산업부내 '원전 마피아'들의 발상으로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다.

다른 여권 인사도 “대북 원전 지원은 문 대통령이 1차 남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던 신경제구상과도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당시 전달된 USB에 담긴 에너지 정책 관련 내용은 노후 발전 시설에 대한 정비와 신재생 에너지 협력 외에 원전이 등장하지 않는다. 북한에 원전을 짓자는 주장이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청와대 등과의 교감없이 산업부 공무원들이 검토할 수 있었는지, 탈(脫)원전 기조 속에서 원전을 건설하자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가능했고, 왜 폐기했는지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발전소' 내용이 담긴 USB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초기 원전 정책을 주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관련 내용을 물었지만,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산업부 공무원의 문건 작성과 폐기 과정도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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