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율 첫 30% 돌파..영리한 인파이터의 '아웃복싱'
이재명 경기지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이후 실시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 1위를 차지했다. 1일 조간신문에 공개된 리서치앤리서치·세계일보 조사(지난달 26~28일)에선 32.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 벽을 깼다. 이 조사에선 윤석열 검찰총장(17.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3.0%)보다 15% 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월례 조사(지난달 25~29일)에서도 이 지사는 18.2%→23.4%로 윤 총장(23.9%→18.4%)을 한 달 만에 다시 꺾었다. 두 사람의 격차는 5.0% 포인트로 오차범위(±1.9% 포인트) 밖이다. 이 지사가 리얼미터 조사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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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빠지기 효과” vs “정책 인파이터”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주춤했던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초반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에선 “도지사라 중앙 정치 이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장점을 극대화한 게 주효했다”(경기 지역 의원)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도와 관련된 사안엔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이슈에 대해선 영리하게 피해갔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지사는 새해 초 벌어진 사면 논쟁에선 살짝 비켜서 있었다. 대선 경쟁자인 이 대표가 신년 인터뷰에서 사면론을 꺼낸 직후엔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지난달 3일)며 한동안 침묵했다. 뒤늦게 “형벌을 가할 나쁜 일을 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지난달 12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며 ‘사면 반대론’을 펼쳤으나, 이미 당내 논쟁이 정리된 뒤였다.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지사는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파워 페부커’지만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명령(11월 24일) ▶윤 총장 1차 복귀(12월 1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의 윤 총장 정직 처분(12월 16일) ▶윤 총장 2차 복귀(12월 25일) 때엔 침묵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의 필요성이나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언급하는 게 전부였다.
반면 국가 재정정책 관련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이 지사는 “확장재정정책으로 보편, 선별, 보상 등 필요한 정책을 모두 시행하는 것이 최선”(지난달 30일)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재정 정책을 거듭 촉구했다. 기재부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냐”(지난달 23일), “좀 험하게 표현하면 게으른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지난달 12일)며 각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직접 겨냥하며 “재정적자 최소 대한민국, 소감이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런 이 지사의 행보에 대해 “권투의 아웃복싱(out boxing)과 비슷한 일종의 치고 빠지기 아니냐”(수도권 친문 의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에선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파이터(infighter)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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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과 엇박자’ 최소화에 주력
최근 이 지사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여당과의 보폭을 적극적으로 맞추려 한다는 점이다. “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랑스러운 민주당 당원”이라고 적은 페이스북 게시물(지난달 17일)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이 글에서 “논쟁과 의견수렴을 통해 공식적인 당론이 정해진다면 저 또한 당 소속 지방정부의 책임자로서 당연히 당론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지사는 다음날(지난달 18일)로 예정됐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기자회견을 이틀 뒤로 미뤘다.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 지급을 공식화한 기자회견(지난달 20일)에서도 “(지급 시기는) 당 지도부의 권고를 존중하여 코로나19 및 방역 진행 추이를 면밀히 점검한 후 결정한다”고 했다. 결국 최종 발표는 열흘간 숙려기간을 거친 뒤 지난달 28일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지난달 18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직후), “포용적 회복과 미래 대비를 강조하신 대통령님의 신년사를 경기도가 힘차게 구현해 갈 것”(지난달 11일, 대통령 신년사 발표 직후)이라며 문 대통령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지난해 9월)며 각을 세웠던 과거 모습은 최근엔 찾아보기 어렵다.
‘보폭 맞추기’ 효과는 여론조사 결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지난달 25~29일) 결과, 이 지사는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2월엔 33.5%에 머물렀던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이번 조사에선 41.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는 45.2%(11월)→40.7%(12월)→27.1%(1월)로 하락했다.
다만 이 지사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상승세를 타기 이전부터 이미 오랜 기간 유권자의 검증을 거쳤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평가도 있지만, 정반대 해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까진 광역단체장 중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재·보선이 끝나면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새 서울시장에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본격적인 검증은 그때부터”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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