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 리스는 액수미상 뇌물" 홍문종 전 의원 징역 4년

이수정 2021. 2. 1. 16: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문종 전 우리공화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억대 배임·횡령'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재직 때 뇌물을 받고, 사학재단 교비를 횡령한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홍문종(66) 전 의원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다. 다만 법원은 홍 전 의원을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도주 우려가 없고, 항소심에서의 방어권을 고려해서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의원에게 뇌물수수죄로 징역 1년을, 횡령 등 그 외 범죄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홍 전 의원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먼저 국회의원 재직 당시 받은 뇌물수수와 관련된 범행이다.

검찰은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한 홍 전 의원이 IT 기술 관련 기업들의 청탁을 받고 고급 승용차를 무상으로 이용하고 1000만원 상당의 공진단, 현금 2000만원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 “리스료 전체를 뇌물액으로 보긴 어렵다”
법원은 이 중 홍 전 의원이 2013년 6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에쿠스 리무진을 무상으로 타며 "액수 미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에쿠스 리스와 관련해 직무 관련성 이익을 본 사실은 인정됐다. 다만 얼마의 이익을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검사는 같은 기간 5200여만원 상당의 '리스료 전액'을 홍 전 의원이 취득한 이익으로 보고 기소했다. 법원은 리스료 전액을 취득한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익을 산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리스료는 납입 보증금이나 규모, 리스 기간, 보험 조건 등 각종 계약 조건에 따라 금액의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납부된 리스료를 곧바로 피고인이 무상으로 차량을 사용해 취득한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취한 이익은 ‘금전적 부담이 전혀 없이 피고인의 뜻대로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를 사용할 수 있는 무형의 이익’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홍 전 의원이 기소된 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판결했다. 형법상 뇌물죄는 특가법상 뇌물죄보다 형량이 낮고, 받은 뇌물만큼의 벌금이 함께 부과되지도 않는다. 법원은 나머지 혐의인 공진단과 관련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금 2000만원 수수 혐의는 수수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57억원 경민학원 교비 횡령·범인도피교사 인정
홍 전 의원의 또 다른 혐의는 학교법인 경민학원 및 경민대 자금 관련 혐의다. 경민학원 설립자의 아들인 홍 전 의원은 이사장, 경민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검찰은 홍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한 2012년 학교 자금 24억원을 박물관 설립 때 ‘서화 대금’인 것처럼 꾸며 개인 용도로 썼다며 특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또 의정부의 한 건물을 경민대 자금으로 사면서 경민학원이 기부받는 것처럼 처리해 33억여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또 미인가 학교인 경민국제기독학교를 운영하다 경찰에 단속되자 경민대 직원을 실제 운영자인 것처럼 꾸며 처벌받도록 했다며 범인도피교사죄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학교법인에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으면서 정해진 용도로만 쓰여야 할 재산을 개인 재산처럼 전횡했다”며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단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명령을 사실상 거역하기 어려운 학교 직원에게 대신 처벌받도록 한 것은 권력을 이용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국가 사법 기능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