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nudge리더십] "점심시간 전화 받는 게 대수인가요"

2021. 2. 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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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과 고객의 시간

"총장님 비서실장이지요? 세 번이나 전화해 이제 겨우 받네요."라고 물었더니

"아, 저희는 점심시간이면 전화를 받질 않습니다. 그게 방침입니다."

듣고 보니 시계가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2분이었다. 12시 50분부터 3번이나 전화해도 연결이 안되다가 1시가 막 지나서야 연결됐다. 아연실색을 했다. 5년 전 어느 거점 국립대 총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한 시간에 맞춰 가며 비서실로 확인차 전화를 했다가 겪은 상황이었다.

"이해는 되지만 지금 학교 취업률이 엉망이라면서 참 한가하게 지내시네요. 기업은 하루하루를 살얼음 위로 걷고 있는데, 경쟁력있는 학생을 키워보내도 될까말까한 상황에서 정반대로 가르치고 있네요"라고 했더니, 그게 우리 행정직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울림만 들려왔다. 그 이후에도 당황스러운 일을 몇 번 겪었다. 당시 그 대학교 취업률 통계를 보니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주변에 공단이나 기업이 없고 지방경제가 엉망이라 그렇다고 푸념만 하고 있었다.

최근에 대학교 존망에 관한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고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을 밑돈다는 엄연한 통계, 채용인원 축소 경향을 띄는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대학교육 의미의 급격한 상실은 가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급이다. 등록금 환불 요구에 학교별 충원율, 미등록률과 학생들의 불평 등이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좋은 학생을 키워 졸업생에 대한 호평이 이어져 취업 성과만 좋으면 상당수준 극복이 가능한 일이다. 기업에서 보는 좋은 학생이란 일에 대한 의지, 도전노력 등으로 뭉친 모습이다. 그러자면 학교 구성원 모두가 그런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솔선수범하는 것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학교의 고객은 누군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기업이고 사회다. 졸업후에 써 주질 않으면 불량품을 내다 놓은 것과 같다. 학생이 고객이라는 발상으로는 답이 없다. 요즘의 기업 교육담당 임직원의 말을 들으면 고객중심의 인재로 만들어 가기가 힘들다는 고충을 많이 말한다.

일반 기업은 더 심각하다.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에게 불편을 주거나 외면받으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서비스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극한 경쟁에서 밀려 비운의 길을 가는 기업들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미세한 차이를 읽었던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큰 차이는 경영진도 알고 주변도 금방 알아서 조치를 빨리 해낸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가 조금씩 쌓여서 큰 둑이 터지는 상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성원을 앞서서 가르치는 대학 교육이 어때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이런 말을 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치부될 지 모르겠다. 요즘 젊은 세대의 흐름이 그렇고 근로자의 기본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의 흐름과 기본권은 기업이 존재하고 나서야 의미가 있다. 점심시간 소중한 것은 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급한 고객이 있어 찾을 경우를 대비해서 자동응답(ARS)을 걸어두면 안될까? 바야흐르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직원들 중 한 명에게만 착신 전환을 ‘쓱’ 해 두면 더 좋겠지만?

문득 25년여 전에 대기업 인사과장으로 일할 때가 생각난다. 해외로 출장이 잦은 사장께서 직원들 전화번호를 찾는 일이 많았다. 뉴욕에서, 런던에서, 이스탄불에서… 수행비서가 집으로 전화번호를 물어온다. 당시는 일반 국제전화로만 통화가 가능한데 시차가 있다보니 밤 10시, 새벽 4시도 예사였다. 아예 집에다 500여 페이지 분량의 임직원비상연락망 자료를 갖다두고 대응했다. 덕분에 와이프가 전화를 받을 때도 많았다. 요즘 세태를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기에….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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