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을 곳 찾아 떠나는 미국인들.. 플로리다주 가장 인기

임세정 2021. 2. 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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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다 다른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순위 탓에 미국인들이 거주지가 아닌 곳으로 '백신 관광'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관광이 누군가의 접종 기회를 빼앗을 위험이 있고 의료 시스템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그로스만의대 카일 퍼거슨 의료윤리학 연구원은 "백신 접종에는 접종 계획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물적 자원, 인적 자원이 포함된다"면서 "백신 관광객들은 불공평한 기회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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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명 이미 거주지 밖 지역서 백신 접종
"백신 관광객들은 불공평한 기회를 악용" 비판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30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주마다 다른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순위 탓에 미국인들이 거주지가 아닌 곳으로 ‘백신 관광’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관광이 누군가의 접종 기회를 빼앗을 위험이 있고 의료 시스템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1일(현지시간) 미국 50개 주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기준이 없는 허술한 의료 시스템 때문에 이미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주지 이외의 지역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위스콘신주에선 농가가 우선 순위의 두 번째에 있고 뉴저지주에선 흡연자들이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으며 콜로라도주에선 기자들이 (의료진과 같은) ‘최전선 인력’의 범주에 속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뉴욕 시민은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백신을 구하기 위해 뉴저지주로 떠나려 한다고 밝히며 “뉴욕에서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친구의 엄마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고, 친구는 엄마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곳을 조사하다가 뉴저지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주 당국의 초기 정책으로 인해 국내 및 해외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백신 관광지로 꼽혔다.

제이 울프슨 사우스플로리다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캐나다, 브라질, 뉴욕, 그루지야에서 플로리다로 몰려오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 사는 몇몇 친구들은 베네수엘라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예방접종 차례를 기다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플로리다주 정부는 플로리다 주민에게 더 많은 접종 혜택을 주기 위해 신분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지만 이미 5만명 가량의 타 지역 거주자들이 플로리다주에 와서 백신을 맞은 후였다.

3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해변의 기념품 가게 앞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신 5만회분은 플로리다주에 할당된 백신의 3.4%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정 주에서 시행되는 ‘주외 접종자 비율’은 그 수치가 적더라도 국가 전체의 예방접종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일반적으로 각 주와 도시는 해당 지역의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연방 정부로부터 백신을 할당받고, 그에 따라 배포 계획을 세우게 된다. 누군가가 백신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두 지역의 백신 배포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는 의미다.

뉴욕 그로스만의대 카일 퍼거슨 의료윤리학 연구원은 “백신 접종에는 접종 계획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물적 자원, 인적 자원이 포함된다”면서 “백신 관광객들은 불공평한 기회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같은 이동이 ‘불공정한 기회’를 창출하고 인프라를 파괴한다고 우려했다.

울프슨 교수는 “다시 돌아와서 두 번째 접종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첫 번째 백신을 투여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문제에 대한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을 구하기 위해 지역 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게 백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는 것도 ‘백신 불평등’을 야기한다. 가디언은 “백신을 맞기 위해 뉴욕에서 뉴저지까지, 뉴저지에서 다시 시카고까지 이동한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한 백인이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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