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의 공정성 강화? 난민위원회 독립성부터 확보하라

이주민센터친구 2021. 2. 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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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⑤ 난민위원회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한국을 찾은 난민을 조력하고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며, 난민법 제정과정에도 함께 해왔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난민법 개정안을 분석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이주민센터친구]

 법무부 보도자료 - 난민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 공익법센터 어필
2020년 12월 28일,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발의하는 법률의 제개정안은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과는 달리 국민에게 법안 내용을 미리 예고하여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법에 반영하기 위하여 주요 내용 등을 인터넷 '정부입법지원센터' 등에 게시한다. 필자 역시 난민법의 내용에 관심이 있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입법지원센터에 게시된 난민법 개정안이 어떤 내용인지, 개정의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난민인정 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박해 우려가 높은 난민 신청자가 내실 있고 신속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 난민신청 급증에 따른 이의신청 건수 증가 및 심의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하여 난민위원회 위원 정원 확대, 분과위원회 운영방식 개선, 이의신청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 등 이의신청 심의의 공정성, 전문성,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 (난민법 개정안 개정이유 중에서)

난민인정심사가 효율적이고 공정하고 전문성있게 진행된다니, 정말 좋아보인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법무부는 어떻게 난민심사를 개혁하고자 하는 것일까? 법무부 난민심사과에서는 담당자 1명이 230여 명에 달하는 난민심사를 감당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권고에 따르면, 2016년에는 각각 다른 사유와 다른 상황을 가진 난민신청자임에도 '돈 벌러 왔다'라는 틀에 박힌 문구가 공통적으로 기재됐으며 난민면접조서 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전반적으로 난민 면접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을 통해 신속심사를 강화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월 40~44건의 처리 목표를 할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법무부는 난민인정심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한 개정안을 만든 것일까? 

난민위원회의 변화를 통한 제도개선의 시도

난민위원회란 무엇인가? 난민위원회란 난민으로 구성된 위원회일까? 난민을 위한 위원회인 것일까? 난민법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긴 난민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중에서도 법무부장관)에 대해 '나를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한다. 그 사람은 이제 '난민신청자'가 된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신청자에 대해 면접을 실시하고, 사실조사를 한 다음 난민으로 인정할지 불인정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통지한다. 참고로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2020년 1%.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은 100명 중 99명의 사람들은 난민불인정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바로 난민위원회에 회부된다. 난민위원회는 법무부 산하의 조직인데, 위원장 1명과 1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위원회 밑에는 분과위원회가 있다. 분과위원회는 지금까지는 법무부 훈령인 '난민위원회 운영세칙'으로 위원회 상정 안건을 사전심의하기 위해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2명 이상의 출석으로 운영됐다. 

그러니까 최대 5개의 분과위원회가 사전심의를 통해 전체위원회에서 심의할 안건에 기각의견 또는 인용의견을 붙여 상정하면, 전체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 방식이다. 법무부는 이 난민위원회 구성원을 15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분과위원회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원위원회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결정하거나 운영에 관한 사항 외의 사항을 직접 심의하도록 하였다. 더욱 강력해진 분과위원회의 권능으로 '사전심의' 가 아닌 '본심의'가 가능해졌다. 즉,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분과위원회에서 한 번, 전체위원회에서 한 번 자신의 사안을 검토받을 수 있었던 것이 분과위원회에서 한 번 심의하는 것으로 절차가 축소된 것이다. 

난민법 개정안의 한계 : 기각으로 가는 하이패스

현재의 난민위원회는 비상설 자문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된 기관도, 결정 기관도 아니다. 위원 또한 상임이 아닌 비상임 직위여서 상시적인 이의신청 심의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조사인력이나 행정지원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원을 늘리겠다는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의미있는 시도이다. 그러나 난민위원회의 증설이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늘려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이롭기만 한 기능을 하는 것일까? 톨게이트에서 빠르게 발급하고자 하는 것이 '이의신청 기각 결정' 뿐이라면?

현행 제도가 가장 비판받는 이유는 난민위원회가 법무부 산하에 있어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함에도 행정심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적인 법적 기준만으로 정무적 고려 없이 난민 여부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그런 내용은 빠져있다. 분과위원회의 소관사항, 권한, 구성, 운영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법률에는 내용이 없다.

개정안은 또한 난민신청자가 이의신청시 협조 의무를 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이의신청 절차에서 의견진술 기회의 부여, 보충서면 제출권 등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심의가 언제 진행되는지 본인 또는 대리인에게 공개하지 않아 언제까지 어떤 서류를 내야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난민신청자가 어렵게 구한 자료를 누락하지 않고 위원들에게 원본을 제출할 방도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개정안에 의하더라도, 난민위원회의 심의는 언제 열리는지, 무슨 서류를 기초로 검토하는지 난민신청자가 알 수 없는 '깜깜이' 절차이다.

난민신청자에게 제대로 통번역 제공하기

개정안에서 또 다른 눈에 띄는 조항은 '통역 지원' 에 관한 것이다. 난민신청을 하거나, 이의신청을 하는 사람에게 신청서를 접수할 때 통·번역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난민불인정결정통지서나, 이의신청기각통지서를 받은 사람에게 '번역'이 아니라 '통역'을 제공한다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처분통지서에는 왜 그러한 결정이, 특히 신청자의 신청을 거절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적혀져 있는데, 그 내용은 난민신청자가 난민 신청이 거절된 이유를 납득하기 위해서도, 불충분한 검토 내용에 대해 다투기 위해서도 꼭 읽고 이해하여야 하는 것이다. 통번역 지원 업무를 민간 위탁 사업으로 하여, 지금은 전혀 제공되지 않는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인정사유'를 '읽어서 들려주는 것' 은 현재보다는 낫겠지만, 구두로 서면의 내용을 통역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난민신청자가 그 처분의 이유에 대해 잘못 이해하더라도 통역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적어도 처분사유서를 영문으로라도 병기하여 교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무부는 절차의 개선을 꾀한다면 난민위원회의 독립성부터 갖출 방법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좀 더 투명한 절차와 난민신청자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마련이 필요하다. 

여전히 개선되기 요원해 보이는 부실한 1차 심사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전문성 있는 통번역을 제공하고 심의의 일정을 당사자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난민신청자가 이의신청단계에서 추가 자료를 제출한다면 자료의 원본을 위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기록에 편철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필요하다. 국민의 일원으로서 난민법 개정안의 내용이 아쉽고 우려된다. 보다 나은 난민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부가 잠시 멈추고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급히 간다고 잘 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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