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 아닙니까?" 스가 총리 '버럭' 하게 만든 日 스타 의원
"생각이 있나"에 스가 "실례 아니냐" 정색
"너무 심했다" 논란 일자 트위터로 사과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대표대행을 맡고 있는 렌호(蓮舫·54) 참의원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맹공격하다 뜻밖의 '반격'을 당했다.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및 답변 태도를 속사포 같은 말투로 거세게 추궁하자 참지 못한 스가 총리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인터넷 등에는 이날 렌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너무 예의가 없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렌호 의원은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2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을 못 한 채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사실을 거론하며 스가 총리를 압박했다.
"이 29명의 목숨.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 무게가 느껴지십니까."(렌호 의원) "그것에 대해선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스가 총리) "다른 할 말은 없으십니까."(렌호 의원) "마음으로부터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스가 총리) "그런 답변을 하니까 국민에게 총리의 말이 전달되지 않는 겁니다. (중략) 총리로서의 자각과 책임감 같은 것을 말로 전달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한 겁니까."
높은 톤으로 쏘아붙이는 렌호 의원에 무표정하던 스가 총리가 정색했다.
"(그런 발언은 나에게) 좀 실례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9월 취임 후 하루라도 빨리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이 통한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게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도 있는 힘껏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가 총리의 발언에 자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고, 렌호 의원은 "온 힘을 다해 일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서 서둘러 질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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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스타 의원, 아베 이어 스가 '저격수'로
렌호 의원은 일본 야당을 대표하는 '스타 정치인'이다. 대만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모델, 뉴스캐스터 등을 거쳐 2004년 참의원에 당선됐다. 2010년 출범한 민주당 정권에서는 40대 초반의 나이로 행정쇄신담당상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진당의 당 대표를 지냈다.
빼어난 말솜씨와 전달력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민주당 집권 당시 '예산재분배(시와케)' 사업을 주도하면서 '시와케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의 슈퍼컴퓨터를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관련 담당자들에게 예산 삭감을 지시하며 "세계 최고가 되야하는 이유는 뭡니까? 2위면 안 됩니까?"라고 추궁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야당 의원이 된 후엔 질의 때마다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해 자민당 정치인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저격수' 역할을 했다. 특히 아베 총리와는 여러 차례 기싸움을 벌였다. 2017년 3월 아베 전 총리 부부가 관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대해 추궁하며 "국민들이 왜 이렇게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하자 아베 총리가 "비판은 구체적으로 하라"며 비웃는 듯 답하면서 말다툼에 가까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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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힘들 것" 사생활 공격하다 역풍도
렌호 의원의 이같은 질의 스타일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설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스가 총리가 시종일관 '저자세'로 응했음에도 약점을 꼬집으며 몰아붙인 데 대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렌호 의원도 트위터에 "항상 반성하지만,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 말투까지 따라가 버린다"며 자신의 태도가 지나쳤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렌호 의원의 이혼 등 사생활까지 거론하며 비판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했다. 프로레슬러 출신 정치인인 오니타 아츠시(大仁田厚) 전 참의원 의원은 이날 국회가 끝난 후 트위터에 "스가 총리도 고생이지만, (렌호 의원의) 남편은 더 힘들 것 같다. 고생 많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가 이틀 후 "렌호 의원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과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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