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FA 영입" 발언에 조계현 "내부 육성"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포기를 선언하고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택한 양현종(33·전 KIA)의 공백은 누가 메울까. 이에 대해 감독과 단장이 미묘하게 다른 소리를 냈다.
조계현 KIA 단장은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막을 올린 스프링캠프 첫날 훈련 중 "2년 전부터 우리 구단이 선수 육성 기조를 세운 만큼 내부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게 팀 발전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양현종의 공백을 젊은 선발 투수로 메우겠다는 복안을 밝힌 것이다. 원칙적인 말이었지만, 이는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의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앞서 윌리엄스 감독은 훈련 시작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양현종의 선택을 존중하고 계속 응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LB가 아닌 마이너리그라도 뛰겠다는 각오를 보인 양현종의 여정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동시에 윌리엄스 감독은 "(양현종을 대신할) 여러 후보를 보고 있다. 그의 결정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A 선수들도 포함해 여러 선수를 살펴보고 있다. 트레이드 등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윌리엄스의 이 발언은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KIA 구단은 양현종이 국내에 남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 데드라인으로 정한 1월 30일 양현종은 "KIA 구단에 죄송하고 감사하다. MLB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 시작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에이스를 잃은 윌리엄스 감독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을 잡기 위한 자금이 마련됐을 것이고, 그의 공백이 워낙 크기에 윌리엄스 감독은 'FA 영입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만하다. 마침 시장에는 아직도 팀을 찾지 못한 차우찬, 유희관, 이용찬 등의 FA 선발 투수 자원이 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의 말은 구단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계현 단장은 "양현종이 없으니 감독님께서 여러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며 "양현종의 미국 도전이 2군에서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자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경쟁하면 예전의 강한 해태, 지금의 강한 두산처럼 우리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FA 영입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다.
조계현 단장은 국군체육부대에서 제대한 왼손 김유신, 올해 입단한 이의리와 박건우, 왼팔 장민기, 우완 김현수 등 5명의 투수를 선발 후보로 점찍고 있다. 이 가운데 이의리, 박건우, 장민기, 이승재 등 2021년 신인 투수 4명은 1군 선수들이 훈련하는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선배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이 쏘아 올린 FA 영입 가능성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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