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 무보수 시대 개막?..치열한 ETF 경쟁, 수수료도 포기

황의영 2021. 2. 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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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앞다퉈 수수료(보수)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격전지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원유 가격처럼 특정 지수나 자산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하는 투자 상품이다.

공모펀드 시장 위축 속 몸집을 키우는 ETF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 등 '빅4' 운용사들이 출혈 경쟁에 돌입하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ETF 수수료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총 수수료 중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이 0.001%까지 내려가면서 'ETF 무료 보수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ETF 보수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셔터스톡



KB운용 수수료 대폭 인하 '초강수'
KB자산운용은 1일 인덱스형 ETF 3종의 수수료를 크게 인하했다. 코스피200을 따르는 'KBSTAR200' ETF의 총보수(1년 동안 투자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의 합)는 연 0.045%에서 연 0.017%로, 'KBSTAR200 토털리턴' ETF는 연 0.045%에서 연 0.012%로 낮췄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 구성 종목에 투자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 ETF 역시 연 0.07%에서 연 0.021%로 인하했다. 모두 업계 최저다. 특히 총보수 중 운용사 몫인 운용보수는 3종 모두 0.001%로 불과하다. 펀드 규모가 1조원일 때 수수료가 0.001%이면 고작 1000만원 버는 셈이라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ETF 수수료 경쟁은 지난해 10월 말 불붙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총보수 0.09%의 'KINDEX미국나스닥100' ETF를 출시하면서다. 이에 뒤질세라 KB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어 삼성자산운용이 선점한 시장을 공략해 왔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0.09%(한국투자)→0.07%(KB)→0.07%(미래에셋)→0.07%(한국투자)→0.021%(KB) 순으로 최저 보수 기록을 깨고 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3월 초에 출시하는 나스닥 현물 ETF를 제외하고 아직 수수료 인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4개 자산운용사 주요 ETF 총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TF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
수수료 전쟁이 격화된 데는 공모펀드 시장이 쪼그라든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77조원으로, 1년 새 10조원가량 줄었다. 사모펀드 시장도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위축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운용사들이 주목한 건 ETF 수요의 증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8433억원으로 1년 전(1조3332억원)보다 188% 급증했다. 커지는 ETF 시장을 좀 더 차지하기 위해 운용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ETF 시장은 삼성과 미래에셋이 77%를 점유하며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KB운용 관계자는 "업계 최저보수 ETF 운용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해 양강 구도인 ETF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발주자들의 수수료 인하 전략은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의 'KINDEX미국나스닥100' ETF는 출시 석 달 만에 순자산 980억원을 모았다. 삼성자산운용의 비슷한 선물 ETF(327억원)를 앞질러 미래에셋에 이어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 수수료 인하는 글로벌 트렌드로, 최저 수수료 자리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싼 ETF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소액으로 짧게 투자하는 경우엔 거래량이 풍부한지 등을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자가 투자한 기간만큼 하루 단위로 계산해서 수수료를 부과하는 만큼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어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수료만 따지다 (ETF의 )유동성이 너무 적으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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