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집에 간다".. 독립운동가의 집, 헐리면 어쩌나요

이윤옥 2021. 2.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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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헐릴 듯"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갈 곳 없어지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윤옥 기자]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인 오희옥(95) 지사를 석 달 만에 병문안하고 왔다. 서울중앙보훈병원에서 투병 중인 오희옥 지사의 면회는, 코로나19로 병실 면회가 '전면 금지' 상태라서 방역기준을 준수한 가운데 로비에서 잠시 얼굴을 뵙는 정도밖에 허용되지 않는 상태다.

오는 3월이면 만 3년이 되는 병원 생활 가운데, 특히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줄곧 병원 로비에서 잠시 얼굴을 보는 정도로밖에 병문안을 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 오희옥 지사와 아들 내외  철저한 방역 기준을 준수한 가운데 병문안을 한 오희옥 지사와 아들 내외가 독자들을 위해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 이윤옥
     
▲ 오희옥 지사 글씨 '봄에 집에 간다' 고 쓴 오희옥 지사 글씨
ⓒ 이윤옥
 
오 지사처럼 연세 든 환자들로서는 자녀들과의 면회도 원활하지 않아 더욱 병원 생활이 힘든 상태다. 이날 함께한 오 지사의 아들 부부는 "어머니는 여전히 코에 꽂은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켜봐야하는 상황이지만 당신께서 회복을 위한 의지가 강하십니다.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으며 긴 병원 생활을 끝내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시길 고대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3년 째 '튜브 영양'을 하고 계시지만, 찾아뵐 때마다 화사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시는 모습에서 강한 재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기쁘다. 종종 펜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시곤 하는데, 평소 먹고 싶은 것을 적는다든가,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쓰셔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병원에 입원 전인 92세까지만 해도 취미로 붓글씨를 쓰시고 독립운동 관련 증언을 하러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 3년째 병원에서 지내고 계시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어 뵐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 오희옥 작품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운다(국가안위 노심초사), 사람이 먼 뒷날을 생각하지 않으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인무원려난성대업), 안중근 의사의 뜻을 오희옥 지사가 붓글씨로 썼다.(2015년 작품)
ⓒ 이윤옥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그럼에도 오 지사 자제분들은 한결 같이 어머니 병실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어제 병문안에서 만난 아들 부부는 걱정어린 이야기를 꺼냈다.

"걱정이 생겼습니다. 어머니가 여생을 보내려 지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의 '독립유공자의 집'이 머지않아 헐려야 될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SK하이닉스, SK건설, 용인일반산업단지(주) 등 6개 기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원삼면 일대 416만㎡(126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이미 1월 11일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도지사와 관련 기관장들이 산업단지 조성 협약식을 마쳤다는 보도를 봤습니다.(1월 11일자 수원화성신문 보도)"

오 지사 아들이 말하는 '독립유공자의 집'이란, 경기 용인 출신인 오희옥 지사를 위해 해주 오씨 문중이 땅을 제공하고 용인시와 재능기부 기관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은 집을 말한다.
 
▲ 독립유공자의 집 1년전 용인시 원삼면 죽능골에 있는 작고 아담한 '독립유공자의 집' (오희옥 지사 집)에 일본인 마츠자키 에미코 씨(일본 도쿄 고려박물관 회원)와 기자(왼쪽)가 다녀왔다.
ⓒ 이윤옥
  
기자도 가 보았지만, 이곳은 햇살이 따사로운 양지쪽에 방 2개와 거실, 주방을 갖춘 아담한 집으로 그동안 경기 수원시 조원동 복지보훈 아파트 13평에 사시던 오희옥 지사께서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이뤄져 각계의 도움으로 지난 2018년 3월 1일 새로 지어졌다. 그러나 오희옥 지사가 곧바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오 지사와 가족의 바람대로 새집에서 보낼 시간은 갖지 못했다.
어머니(오희옥 지사)가 퇴원하면 돌아가서 여생을 보낼 '독립유공자의 집'이 아무런 대책이 없이 그대로 헐려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오희옥 지사 아들 부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오희옥 지사의 병세도 조금씩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 오희옥 지사의 집 현관 3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여성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오희옥 지사의 집 현관 모습
ⓒ 이윤옥
    
오 지사는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병원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소띠해(신축년) 명절을 앞두고 분홍빛 스카프를 선물로 드리니 화사한 미소로 답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올해는 부디 퇴원하셔서 양지바른 집으로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곧 돌아갈 집이 헐릴 상황이라니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독립운동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병원에서 한가위 맞는 오희옥 지사를 찾아서 http://omn.kr/1p34l
하늘로 떠난 여성 독립지사 유순희님, 애통합니다 http://omn.kr/1oqth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는 누구인가?

오희옥 지사는 할아버지대(代)부터 '3대가 독립운동을 한 일가'에서 태어나 1939년 4월 중국 유주에서 결성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 1941년 1월 1일 광복군 제5지대(第5支隊)에서 광복군으로 활약했으며 1944년에는 한국독립당(韓國獨立黨)의 당원으로 활동하였다(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오희옥 지사 집안은 명포수 출신인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1867~1935), 중국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아버지 오광선 장군(1896~1967), 만주에서 독립군을 도우며 비밀 연락 임무 맡았던 어머니 정현숙 (1900~1992) , 광복군 출신 언니 오희영(1924~1969)과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참령(參領)을 지낸 형부 신송식(1914~1973)등 온 가족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오 지사는 현재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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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리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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