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구직난 겪는 트럼프 참모들, 뜻밖의 백수 신세

김선미 2021. 2. 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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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구직난'을 겪고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참모들은 앞으로 뭘로 먹고 살까. 과거엔 전직 대통령과 일했던 고위직을 두고 로비업체나 무역 기업이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지만, ‘트럼프의 사람들’에겐 이 법칙이 잘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기업들이 트럼프 정권의 고위층을 서둘러 낚아채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 채용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포천 500(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최대기업 500개 명단)의 경우, 트럼프 관련 인력 영입에 있어서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사람들을 채용할 경우 현 정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에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베시 드보스 전 교육장관 등은 향후 행보를 정하지 못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해 말 역대 최악을 기록하면서 고위직 출신의 구직난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여기에다 상황은 지난달 6일 의사당 폭동 사태 직후 상황이 더 악화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한 인물은 “1월 6일 이후부턴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이) 미국 기업에 고용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져버렸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베시 드보스 전 교육장관처럼 예전이라면 헤드헌팅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을 각료들도 아직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물론 로스와 므누신의 경우 취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부자이긴 하지만 이들 역시 품위 유지 등을 위해 명함은 필요한 법이다.

전통적으로 행정부 관리 출신들의 '착륙지'로 꼽혔던 기업들까지 예상보다 훨씬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아마존·월마트·컴캐스트 등은 미국 대선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한 의원들에 대해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했고, 구글·유니온퍼시픽·제너럴 모터스 등은 모든 의원에 대해 기부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기업의 이미지를 망치는 일을 경계한 것이다.

(왼쪽부터)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일레인 차오 전 교통장관은 싱크탱크를 선택했다. [로이터·AFP=연합뉴스, 중앙포토]


결국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메도스는 최근 ‘보수 파트너십 연구소’에 합류했다. 이곳은 사우스캐롤라니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짐 드민트가 이끄는 우익 네트워크 단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둥지를 틀었다. 미치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이자, 의회 난입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일레인 차오 전 교통장관도 이곳으로 향했다.

래리 커들로우(왼쪽)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케일리 매커내니 전 백악관 대변인. [AFP=연합뉴스]


트럼프와 일했던 고위직에게 열려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언론계다. 경제 매체 CNBC의 전문앵커로 활동했던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폭스비즈니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폭스는 다음 달부터 그가 새 일일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케일리 매커내니도 폭스뉴스와 계약을 협의 중이다.

이같은 흐름은 4년 전 60%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임기를 마쳤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와 확연히 대비된다. 퇴임 뒤 잘 나가는 대표적인 사례는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다. 그는 NBC에서 정치분석가로 활동한 뒤 현재 유나이티드항공의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전임이었던 제이 카니 전 대변인도 오바마 행정부를 떠난 지 1년도 안 돼 아마존에서 수석 부사장직을 맡았다. 오바마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유명했던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역시 보잉사의 고위직 임원을 맡았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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