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가란건가' 마통 뚫기 더 어려워진 직장인들

시중은행, 마통 한도 축소·금리 인상 등 조이기
금융권 "신용대출 받기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연초부터 은행권이 신용대출 규제에 강하게 나서고 있다. 한동안 소득이 많고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공무원이라도 5000만원 이상 마이너스통장을 뚫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 마이너스통장 개설 상한액이 기존 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5000만원까지 나오지만 나머지 금액은 은행 심사 결과에 따라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해 받을 수 있긴 하다.

신한은행은 아울러 신용대출에 대한 DSR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3일 이전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50%를 넘는 경우에만 본부 심사를 거쳤는데, 3일부터 40%만 초과해도 본부 심사 대상이 된다.

수협은행 마이너스통장 신규신청 중단 안내문. 수협은행 홈페이지

앞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이너스통장의 신용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8000만원~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였다.

카카오뱅크 역시 22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비롯해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5000만원 줄였고, 같은날 수협은행은 직장인 대상 ‘Sh더드림신용대출’ 상품 중 마이너스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1%포인트를 올려 최저 금리를 연 3.0%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이 연초부터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강하게 묶는 건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과 연관이 있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 등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5~8% 수준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당국은 가계대출 동향 관련 회의에서 시중은행 가계 여신 담당 임원들에게 “(목표 증가율이) 지나치다고 생각되면 조정치를 제시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은행권은 결국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가 5% 안팎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은 2019년보다 9.73%(59조3977억원) 늘어난 상황이다.

집합제한업종 임차 소상공인이 1천만 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18일부터 가동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안내문. 연합

코로나19로 자금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에 맞추려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을 집중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연말까지 은행권이 주로 고소득·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한 것과 달리 올해는 일반 직장인 등 서민 신용대출까지 옥죄는 까닭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실수요 자금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용 자금 조달 수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올 한 해 은행 가계대출 조이기의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주택 거래가 작년 수준과 같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이 오른 비율만큼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제어가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을 놔둔 채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에서 맞추려면,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대출을 조여야 한다. 소비자들로서는 올해 신용대출을 받기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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